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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서영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내부 FA와 외부 FA를 합쳐 7명이 새 둥지를 찾았고, 9명은 아직 미아 상태다.
23일까지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두산 허경민 정수빈, SK 최주환 김성현, LG 김용의, 삼성 오재일, KIA 최형우로 모두 타자고, 투수는 단 1명도 없다. KBO리그는 몇 년째 타고투저에 시달렸다. 구단들도 수준급 투수 자원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투수력 강화를 위한 내부육성과 외부영입은 구단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FA 투수는 귀한 존재로 대접받아왔다. 하지만 2020년 FA 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FA 권리행사를 택한 6명의 투수 중 누구도 계약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시사한 양현종을 제외하고 유희관(34), 이용찬(31), 차우찬(33), 김상수(32), 우규민(35) 모두 FA 이적은 고사하고 원소속팀과의 재계약 협상도 난항이다.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보자면 이해가 간다. 유희관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지만, 올시즌 2군까지 내려가는 기복을 보였다. 2007년 입단 이용찬은 2009년 마무리투수로 공동세이브왕, 2012년 선발 10승, 2018년 선발 15승 등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지난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차우찬은 2019년까지 3년 연속 10승을 돌파했지만, 올해 어깨부상으로 8월에 시즌 아웃되면 13경기 64이닝에 그쳤다. 삼성 입단 2년 차부터 구원으로 나선 우규민은 올시즌 52경기 48이닝 3승 3패 7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6.17로 삼성 4년 동안 가장 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상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지난해 전인미답의 40홀드 고지를 오르며 홀드왕을 차지했고, 2016년 이후 5시즌 연속 최소 58경기 이상 소화했을 정도로 잔 부상이 없었다. 올해 다소 주춤했지만 60경기 51.1이닝에 나와 3승 3패 5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73의 성적을 내며 2년 연속 팀의 주장이자 불펜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현재 키움이 대표이사와 감독이 공석이라 늦어지고 있을 뿐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FA 투수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FA 투수들 각자가 나이를 포함한 내구성, 꾸준한 활약이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들로 1,2선발 자리를 구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 당연히 이적 가능성이 사라진 FA투수들에게 구단들도 협상의 주도권을 내줄 이유가 전혀 없다. 투수 입장에서는 쓸만한 토종 투수들이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구단과 선수들의 온도 차이에 투수 FA 계약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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