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오지환, 적시에 터진...2타점 안타!
LG 트윈스 오지환이 11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8로 뒤진 6회 1,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자신을 향한 편견을 시원하게 깨뜨렸다. 이제는 그 누구도 정상급 유격수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는다. 약 1년 전 맺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향한 시선 또한 그렇다. 당해 보장액 기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모범 FA 사례로 꼽힌다. LG 주전 유격수 오지환(30)이 2020년을 돌아보며 20대보다 꾸준하고 가치있는 30대 커리어를 머릿속에 그렸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석에서 자신 만의 방향을 정립해 데뷔 후 가장 많은 안타(158개)를 터뜨렸다.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고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0.823으로 20홈런을 쏘아 올렸던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수비는 일찌감치 최정상급 영역에 들어섰다. 존재 차체만으로 내야진 무게가 달라진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 4.43으로 팀 야수진에서 김현수 다음으로 가치있는 활약을 펼쳤다. 리그 전체 유격수를 기준으로 삼아도 김하성(WAR 6.87) 다음으로 높다.

오지환은 지난 27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타격지표가 향상된 비결을 두고 “경기 전 전력분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투수가 내게 어떤 구종을 주로 던지는지 확인한 후 타석에 섰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투수와 상대할 때 늘 볼카운트에 따라 적극적으로 타격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둘렀고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 나는 첫 타석 결과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자였다. 이제는 유리한 카운트만 마주하면 언제든 안타를 친다는 믿음이 있다. 이병규 코치님과 임훈 코치님이 타자들에게 강조하신 부분이 우리 팀 전체적으로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한 순간이 여전히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있었다. 오지환은 “만족할 수 없는 시즌, 실패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며 “3할은 기록했지만 막상 기록하고 나니까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더라. 정규시즌 막바지 2위에서 4위로 내려간 것, 준플레이오프로 시즌이 끝난 게 너무 아쉬웠다. 팬들께 죄송했고 류중일 감독님께도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11월 5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마지막 타석도 그랬다. 이날 오지환은 적시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6회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0-8로 끌려가던 경기를 7-8로 만들었다. 8회말 다음 타석에서도 좌측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는데 워닝트랙 앞에서 타구가 잡히고 말았다. 오지환은 “그날 타격감이 좋았다. 투수와 수싸움도 잘 맞았다. 역전해야 하는 경기였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오지환
LG 트윈스 오지환이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8로 뒤진 6회 1,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 2루타로 출루해 환호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진한 아쉬움을 발판삼아 2021년을 응시하고 있다. 오지환은 “시즌 초에는 FA 계약에 따른 부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더 잘 해야한다는 욕심도 많았다”며 “이제는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이병규 코치님, (박)용택 선배님이 현역을 마무리하는 것을 봤다. 나도 선배님들처럼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욕심과 목표가 있다. 용택 선배님처럼 30대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내 야구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다짐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동기, 허경민과 정수빈이 예상보다 큰 규모에 FA 계약을 맺은 데에는 박수를 보냈다. 오지환은 “친구들이 좋은 계약을 맺어서 기뻤다. 동기부여도 됐다. 나 또한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다음 FA 계약 때도 인정받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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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6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오지환이 3회초 2사1,3루 상대 <유한준>의 타구를 잡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즌에 대해 “무엇보다 팀성적이 먼저다. 늘 후회 속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제는 마지막에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 누구보다 우리팀을 잘 아시는 류지현 감독님과 함께 멋진 시즌 만들고 싶다”면서 “개인 목표는 여러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안타 150개, 도루 20개는 꾸준히 하고 싶다. 늘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는 유격수, 솔선수범하는 선배,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 그러면 프랜차이즈 스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LG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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