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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수 없다. 뒤를 돌아보기보다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수년간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하던 양현종(33)이 미국 진출을 선언했지만 KIA는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탈했지만 KIA는 시즌을 치러야 한다. 엄혹한 IMF 시절 당시 해태 김응룡 감독이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라고 한탄한 것처럼, 맷 윌리엄스 감독은 취임 첫해 안치홍에 이어 올해 양현종 없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 20년 점과 다른 점은 구단의 지원이 훨씬 풍성해졌고, 눈에 띄는 젊은피가 여럿 있다는 점이다. 1군 입성, 나아가 선발 로테이션 안착을 노리는 젊은 투수들이 양현종의 이탈로 생긴 공백을 서로 채우겠다고 달려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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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뒤를 받칠만 한 후계자가 궤도에 진입했다면 모를까, 냉정한 평가로는 KIA 선발진은 최약체에 속한다. 적어도 두 세시즌은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해야 시즌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생기는데, 심지어 외국인 선수들조차 KBO리그에서는 풀타임 경험이 없다. 체력과 싸움을 견뎌내려면 인해전술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으로 KIA 투수들을 만난 정명원 코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 4자리는 어느정도 확정적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 이민우, 임기영 등은 선발로 시즌을 준비한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왼손 김유신 이의리와 오른손 김현수 박건우 등이 경합하는 모양새이지만, 더 많은 투수들이 자리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다. KIA 조계현 단장은 코치시절부터 확고한 선발 육성 전략을 갖고 있다. 4선발까지는 기존 투수들이 책임을 지고, 5선발은 신인을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로테이션하는 방식으로 꾸려야 건강한 선발 투수가 만들어진다는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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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와 임기영은 장현식을 비롯해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체 선발로 준비하고, 5선발 자원은 김유신과 이의리 등 신인급이 돌아가며 맡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 트레이드 등 돌발 상황도 생길 수 있지만, 선발 투수를 내줄 팀은 그리 많지 않다.
팀을 떠난 양현종은 연평균 30경기가량 꾸준히 선발로 나섰다. 신인급 투수들은 통상 한 달이면 체력이 고갈된다. 양현종이 빠진 한 자리에 최소 6명은 필요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KT 소형준처럼 단기관리로 체력을 회복하는 투수가 등장하면, 역설적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성적은 담보할 수 없지만 투타에 걸쳐 새 얼굴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KIA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