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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투수들이 3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제공=SK와이번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반팔 입어도 될 정도에요.”

SK 구단 관계자가 3일 함박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 확산 탓에 해외 전지훈련이 무산돼 최남단인 제주도를 스프링캠프지로 선택했는데,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기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은 섭씨 1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따뜻했다.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 발팔을 입고 훈련을 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구단 매각 등의 이슈로 뒤숭숭한 분위기였지만, 캠프 시작 후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구단 직원과 선수단 모두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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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주환이 지난 2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SK와이번스

실제로 SK의 올해 스프링캠프는 훈련이 아닌 이슈로 더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만 30명 넘게 운집해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구단 매각 때문인데, 신세계그룹측이 부사장급 임원 두 명과 실무진 등을 제주에 파견한 것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달 23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구단 명칭과 엠블럼, 마스코트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 이미 곳곳에서 SK의 흔적을 지우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례로 선수단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설치하는 포토월에 SK나 신세계그룹 대신 연고지인 인천을 새긴 것도 구단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일 발표한 올시즌 일정도 SK 관계자들에게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신세계로 구단이 바뀐 뒤 맞이하는 창단 개막전이 공교롭게도 유통 라이벌인 롯데전으로 편성된 탓이다. 훈련을 하고 시즌 준비에 몰입하다보면 구단이 바뀐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바쁜데,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는 한 시도 잊을 수 없도록 만든 셈이다. 그야말로 바람잘 날 없는 캠프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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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상수가 3일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캐치볼 도중 카메라를 발견하고 웃고 있다. 제공=SK와이번스

재미있는 점은 SK가 캠프를 차린 강창학구장이 바람으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날처럼 바람 한 점 없이 청량한 날에는 이국적 풍광과 높은 기온 등으로 마치 해외 전지훈련을 온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그러나 구장 자체가 비교적 고지대에 설치됐고, 그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 바람이 많이 분다. 강창학구장에서 캠프를 치른 모든 팀이 “바람만 안불면 최고의 캠프지”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일에는 오후 훈련 때 강풍이 불어 타격 훈련을 위해 설치한 그물망이 넘어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 캠프 첫 날 비로 야외 훈련을 못했고, 둘쨋날 강한 바람 맛을 봤으니, 청명하고 따뜻한 3일 날씨가 더 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는 “날씨가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훈련장이든, 구단에든 예기치 않게 불어닥치는 바람이 야속한 SK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