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
지난 2일 이천 챔피언스파크 스프링캠프 타격 훈련에 임하고 있는 LG 홍창기. 홈플레이트가 마운드와 타석 사이에 하나 더 있는 게 인상적이다. 이천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해 LG는 팀장타율 0.428, 팀홈런 149개로 두 부문에서 모두 리그 3위에 올랐다. 지난 10년 동안, 그리고 프랜차이즈 전반적으로 두 부문에서 중하위권을 맴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일이었다. 마운드와 수비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화력으로 화끈하게 승리하는 경기가 부쩍 늘어난 2020시즌이었다.

비결은 뚜렷했다. 마침내 외국인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이전 외국인타자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경험은 전무했지만 가장 굵직한 결과를 냈다. 정규시즌 38홈런을 쏘아 올리며 21년 만에 LG 구단 통산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은 리그 홈런 부문 2위에 올랐다. 로하스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다가오는 시즌 홈런왕 후보로 꼽힌다.

그런데 타자 한 명으로 팀 전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기존 LG 선수들도 접근법에 변화를 주면서 진화했다. LG 외야수 이형종은 “이병규 타격코치님께서 적극적인 타격을 강조하신다. 어느 정도 힘이 있는 타자라면 초구부터 강한 타구를 날리라고 주문하신다. 우타자는 왼쪽 파울폴, 좌타자는 오른쪽 파울폴을 향해 강한 타구를 노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부상으로 두 달 이상을 결장했으나 81경기에 출장해 개인 통산 최다인 17홈런을 쏘아올렸다. 장타율은 0.547이었다.

[포토]LG 이형종, 가볍게 러닝부터!
LG 이형종이 2일 오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ul.com

말 한 마디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이병규 코치는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메인 타격코치를 맡아 훈련법에 변화를 꾀했다. 롱티(티배팅을 통해 장타를 날리는 훈련)의 비중을 늘렸고 타격 훈련시 마운드와 타석 사이에 홈플레이트를 하나 더 설치했다. LG 류지현 감독은 “우리 코치님들 모두 공부를 많이 하신다. 이 코치도 그렇다. 늘 공부하면서 캠프에 돌입할 때마다 새로운 훈련법을 적용한다”며 “롱티를 많이 하는 이유는 타자들로 하여금 타구의 끝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다. 그물에 치는 타격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공을 칠 수는 있으나 정작 자신의 타구가 어떤지 파악할 수 없다. 이 코치는 타구의 비거리와 속도 뿐이 아닌 끝을 강조한다. 타구가 마지막 순간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선수가 직접 보라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타석 앞에 홈플레이트를 하나 더 설치한 것과 관련해서는 “요즘 많은 팀들이 타격포인트를 앞에서 형성하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포인트를 앞에 두려면 그만큼 투수의 공을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스트라이크·볼을 조금이라도 일찍 파악하고 타격한다면 자연스럽게 타격포인트는 앞에서 형성된다. 훈련을 통해 더 앞에서 보고 때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토] LG 류지현 감독, 타격은 이렇게 시원하게~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이 지난 1일 경기도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중 타격 모션을 취하고있다. 이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현대야구의 테마는 장타와 홈런이다. 팀 장타력이 곧 팀 득점력이며 이는 순위표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실제로 지난해 팀 장타율 상위 네 팀(NC, KT, LG, 두산)이 순위표에서도 4위 안에 자리했다. 그런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LG는 장타와는 정말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홈런왕도 없었고 거포형 토종 타자도 드물었다. 2014년 후반기 대반전을 통해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지만 팀 장타율은 최하위였다. 2017년에는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으나 팀 장타율이 최하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포토] LG 김현수, 스프링캠프 첫 훈련!
LG 트윈스 김현수가 지난 1일 경기도 이천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타격 훈련을 소화하고있다. 이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타선 중심축인 라모스와 김현수는 물론 타자들 대부분이 전성기를 보낼 연령대에 진입했다. 김현수는 “아직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숫자상 타격 지표는 많이 좋아졌는데 부상으로 주전 선수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부상을 줄일 수 있다면 숫자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나이도 딱 좋은 것 같다. 우리 타자들 연령대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자들 모두 올해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