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파리생제르맹(PSG)에서 이강인은 여전히 로테이션 멤버일뿐이다.
이강인은 1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지로나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베스트11에서 빠진 이강인은 벤치에 대기하다 후반 18분 교체로 들어가 약 30분 정도를 소화했다.
이강인은 현재 PSG에서 시즌 초반 경기력,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다. 개막 후 프랑스 리그1에서 2골을 넣었고, 지난 주말 브레스트전에서는 최우수선수급으로 맹활약했다. 상대 감독이 이강인을 콕 집어 극찬할 정도로 군계일학 활약을 펼쳤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경기를 지배해 승리를 이끌었다.
팀에서 가장 돋보이고 있지만,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선택하지 않았다. 최전방에 마르코 아센시오를 배치했고, 좌우에는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를 세웠다. 미드필드 라인은 비티냐, 파비안 루이스, 워렌 자이르 에머리로 구성했다.
엔리케 감독의 결정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엔리케 감독이 내세운 베스트11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전반전에는 유효슛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미드필더들은 안정적인 패스만 구사했고, 바르콜라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뎀벨레는 수차례 기회를 모두 날렸다.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슛을 시도하지 못하는 장면도 나왔다. 혼자 8회 슛을 시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경기력에 기복이 커 국내에서 ‘주사위’로 불리는 뎀벨레의 이날 숫자는 ‘1’이었다. 그런데도 엔리케 감독은 거의 풀타임을 맡겼다. PSG는 경기 막판 상대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로 득점해 간신히 승리하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내용, 결과는 아니었다.
이강인은 교체 투입 후 활발하게 피치를 누비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란달 콜로 무아니의 득점에 근접한 헤더를 이끌었고, 측면에서 현란한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지로나 수비를 흔들었다. 안정적인 볼 소유와 연결을 통해 허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엔리케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이강인을 외면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시즌에도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3회 선발 출전했다. 그마저도 토너먼트 라운드로 가면서 희미해졌다. 이강인을 PSG에서 주전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였다.
시즌이 바뀌었고, 이강인의 팀 내 비중도 달라졌지만 엔리케 감독의 편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프랑스 출신의 뎀벨레, 바르콜라, 그리고 특급 유망주인 워렌 자이르 에머리를 향한 맹목적 신뢰에도 변함이 없다.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엔리케 감독은 “시즌은 길다. 그래서 중요한 게 선수의 다재다능한 자질”이라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PSG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선수는 이강인이다. 좌우 윙어에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이강인이야 말로 엔리케 감독이 말한 팀에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자신의 말과 다른 선택을 했다. 납득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번시즌 팀에서 가장 번뜩이는 선수인 이강인 입장에서는 불쾌할 만한 상황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