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 중대본회의 참석한 변창흠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LH 사장으로 근무했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두되는 형국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내 토지 2만3000여㎡(약 7000평)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민변은 제보를 받고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공모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LH는 “14명 중 12명은 현직 직원이고 2명은 전직 직원으로 확인됐다. 12명에 대해서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 대부분은 LH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이며 일부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토지 매입 대금 100억원가량 가운데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금융기관에서 상당액을 대출받아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있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는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을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로 의심된다.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제보를 받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투기 의혹 전수조사 대상을 광명·시흥 신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6개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기간과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시기(2019년 4월∼2020년 12월)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그에게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변 장관을 겨냥해 “(LH 사장 재임 시절) 직원들이 희대의 투기를 벌이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뜬금 없이 ‘청렴도를 높이라’는 유체이탈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변 장관은 전날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언급하면서 청렴도 제고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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