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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시즌은 길다. 38라운드를 도는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눈 앞의 결과보다 시즌 전체를 끌고 갈 스쿼드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이 초반부터 과감한 로테이션을 실시한 배경이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2라운드 방문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줬다. FC서울과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했던 선수들 중 골키퍼 송범근, 스트라이커 구스타보, 미드필더 김보경, 최영준을 제외한 나머지 7자리를 모두 바꿨다. 스리백으로 전술 변화를 가져간 가운데 최보경과 구자룡, 최철순이 수비를 구성했다. 이유현과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선수인 박진성이 좌우 사이드백으로 자리했다. 또 다른 U-22 카드 이지훈은 구스타보와 투톱을 이뤘다. 정혁은 김보경, 최영준과 중원을 지켰다. 대신 일류첸코와 김승대, 이승기, 이주용, 홍정호 등 주전급 선수들은 벤치에 앉았다. 바로우는 원정에 아예 동행하지 않았다.
결과는 아쉬웠다. 승격팀 제주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 애를 먹었고, 1득점에 그쳤다. 김 감독이 공약했던 경기당 평균 2득점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기가 어렵게 선제골을 넣었지만 안현범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를 거뒀다. 개막전 승리 후 연승 흐름을 타려 했으나 1승1무로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이상 2승 승점 6)에 밀려 3위에 자리했다.
김 감독이 결과를 후순위로 미루고 로테이션을 실시한 이유는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9개월간 이어지는 마라톤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스쿼드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전임 사령탑은 최영준과 한승규, 김승대 등 주요 자원을 임대 보내면서까지 베스트11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경직된 운영을 했다. 김 감독은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올해에는 다시 38경기 체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선수들을 쓰지 않으면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은 K리그뿐 아니라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린다. 소수 선수들로는 이 대회를 모두 소화할 수 없다. 김 감독은 “첫 경기에 3점을 땄다. 전북에서 선수, 코치를 지내면서 초반 여유가 있을 때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시즌을 치르면서 따라오게 되어 있다”라며 눈 앞의 승리보다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줘 활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올시즌 K리그1 팀들은 4~5월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인해 주중 경기를 많이 치러야 한다. 실제로 전북은 제주전 후 이틀만 쉬고 9일 강원FC를 상대하고, 4일 후에는 광주FC 원정을 떠난다. 그리고 또 다시 3일 만에 대구FC와 싸운다. 자칫 베스트11을 연이어 가동했다가는 시즌 초반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않은 시점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체력 안배를 해야 팀 전체의 컨디션도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이 무승부를 감수하고 선발 라인업을 대거 바꾼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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