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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H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9일 첫 소환조사에 들어갔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어 조심스럽지만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그 뉴스를 접했을 때 필자의 심경은 조금 남달랐다. 아파트 시장이 항상 이슈인 시점에도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비주류 시장의 토지와 전원주택 시장에 대한 투명한 정보에 대한 칼럼을 써왔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토지를 매입할 때 주의할 점부터 인허가를 받는 것, 시공할 때 주의점, 시세보는 법 등등 실제 필자가 겪었던 피해와 소송 등 많은 수업료를 내고 힘들게 알아온 실전 팁들이었다.
이번 LH사건이 사실로 판명 난다면 필자는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큰 회의감을 느낄 것이 자명하다. 단순히 그들이 돈이나 자산을 많이 키워서가 아니다. 필자는 정말 이렇게 지식을 쌓고 사업을 진행하며 살기 힘들 정도의 고통도 겪었고 부도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토지 개발을 하면서 시공사와 분양사에 뒷통수를 맞은 일도 있었고 개인 손님들의 이기심에 의해 사업이 힘들어지며 현금흐름이 막혀 사채를 쓴 적도 있다. 지금은 그 참기 힘들었던 고통들을 다행히도 모두 잘 극복했고 그 과정을 통해 필자가 투자했던 토지 매입과 재테크 혹은 개발을 통해 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토지와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필자보다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칼럼을 써왔다.
실제로 공인중개사에서 시행개발 회사를 차리고 플랫폼 개발을 해나가며 비주류 시장에서 브랜딩을 해나가려는 필자의 원동력도 그 힘들었던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고 이 시장에 최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하고 싶다는 신념에 있다. 많은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노하우를 뺏긴 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정보를 공개하기 보다는 나부터 잘 살고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필자를 힘들게 했던 업자들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정당한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인정받자는 게 항상 내리는 최종 결론이었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는 순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필자 역시 부동산 업에 종사하고 있고 한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를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좋은 땅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투기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사람의 자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산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러나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LH의 투기의혹과는 확연히 다르다.
마침 양평이라는 동네가 지금 시점에는 많은 재테크 전문가나 활동가들이 좋다고 얘기를 하고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이 지역의 6년차 공인중개사이기에 그 차이점을 더욱 적절하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양평은 전원주택에 살다가 다 나간다고들 하지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동네였다. 딱 그 정도였다. 송파-양평고속도로가 뚫릴 것이라 했지만 당시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몇 번 떨어졌고 평창올림픽으로 KTX가 양평에 서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LH투기 의혹처럼 신도시 개발이 될지 안 될지를 알고 살 수는 없었고 맹지를 구입하는 간이 부은 행동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단지 필자가 활동하는 양평 내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이지만 개발허가나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싸게 나온 땅을 찾았다. 환경에 의해 좌우 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필자의 안목과 능력으로 토지를 개발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 부가가치를 만들었을 때 충분히 재테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토지들만 매입했다.
이처럼 한 지역사회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면서도 맹지 같은 막연한 토지를 매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하면서도 정말 경제적인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힘들게 가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막연한 개발소식으로 신도시 예정지역의 맹지를 산다? 투기 의혹이 어떤 결과로 풀릴지 모르지만 충분히 해소돼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필자에게는 ‘투기’와 ‘투자’에 있어 명확한 선 하나가 생겼다. 누구나 얼마든지 재테크를 할 수 있다. 그게 LH 직원이라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다. 그 부동산을 활용할 명확한 이유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투자’이지만 매입한 부동산을 활용할 능력도 없고 명확한 이유도 없이 샀거나 특히 내부정보로 샀다면 ‘투기’가 될 수 있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