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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프로젝트 업체 측의 공시 게재 요청을 받았음에도 늑장 공시, 미공시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업비트의 ‘정보 갑질’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업비트는 지난 19일 가상자산 크립토닷컴(CRO)이 세계 최대 카드사인 비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호주 비자 네트워크 주요 회원사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CRO 측이 공시를 요청한 것은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이었다.
경쟁사인 빗썸은 요청 당일에 맞춰 공시 전문 업체인 쟁글(Xangle)을 통해 공시를 한 반면 업비트는 공시를 하지 않다가 하루 늦게 ‘기공개’라는 제목으로 공시를 한 것이다. 기공개란 다른 채널을 통해 이미 알려진 정보라는 의미다.
당시 업비트에는 ‘왜 공시를 하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투자자 문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여부가 해당 가상자산의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주요 거래소에서 중요 공시를 다루지 않는 것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늑장공시를 넘어 때로는 일부 공시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CRO 측은 지난달 ‘CRO 체인 메인넷이 곧 출시됨에 따라 당사는 체인 네트워크를 완전히 탈중앙화할 것이다. 그 첫 단계로 700억 CRO 소각이 예정돼 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타 거래소에는 공시됐으나 업비트는 공시하지 않았다.
업비트는 그 배경에 대해 함구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일부 프로젝트의 공시가 늑장공시 되거나 미공시 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비트는 공시 시스템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측의 게재 요청에 따라 업비트가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대외공지에 대한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업비트 측은 홈페이지에서 프로젝트 공시의 취지에 대해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중요한 정보를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제공받도록 해 공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며 ‘무엇보다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 불균형 및 도덕적 해이를 예방해 당사 투자자 분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업비트 측이 ‘정보 불균형 해소’라는 취지를 스스로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RO는 1만개에 달하는 전체 코인 중에서 시총 20위 안에 들 정도로 세계적인 코인이다. CRO에 대한 공시를 늑장공시하거나 공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거래소가 어떤 공시는 하고 어떤 공시는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정보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한 프로젝트는 쟁글과 업비트 측에 동시에 공시를 보냈으나 업비트는 여러 수정 요청으로 공시가 늦어졌고 그 사이 쟁글에는 공시가 됐다. 쟁글에 나간 공시는 늦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프로젝트 측의 전언”이라며 “프로젝트 공시가 언제 올라갈지 아는 것은 곧 언제 코인 가격이 상승할지를 아는 것이다. 세력은 공시를 가격 상승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으나 거래소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투자자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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