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가수 임영웅의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열흘이다. ‘12·3 계엄령’ 이후 한 팬이 보낸 DM(다이렉트 메시지)에 시큰둥하게 답을 한 게 화근이었다.
지난 7일 오후,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고 물었다. 임영웅이 “뭐요”라고 답했다. 평소 행실과 언행이 바르기로 소문났기에 이런 반응은 의외였다. 상대방이 반말로 말했기에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다. 차라리 답을 하지 말 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게 일파만파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답을 하자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 탄핵을 두고 온 국민이 모였다. 목소리는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 시월이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이 못내 못마땅했던 한 누리꾼의 지적이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령’이었다. 누리꾼 지적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맞받아친 건 다소 성급했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단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지만, 사태는 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은 75%로 나타날 정도로 전국민이 공분을 자아냈다.
소설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직접 목소리를 냈다. 계엄령 소식이 전해진 날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계엄령 소식을 듣고 충격 받았다.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며 “부디 무력과 강압으로 통제하는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탄핵에 힘을 보탠 여러 스타들도 많았다. 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봉준호, 박찬욱 등이 계엄령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등 드라마 작가도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승환은 탄핵 집회 무대에서 서서 노래를 불렀다. 아이유, 뉴진스, 소녀시대 유리 등은 탄핵 집회가 이뤄지는 서울 여의도 일대 음식점과 카페에 선결제를 하며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임영웅 말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정치인’이 되고 만다.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비난과 달리 팬덤 ‘영웅시대’는 비교적 평온하다. “TV 조선3 임영웅님 추억여행 재방합니다” “울 영웅님 보고있자니 그냥 웃음이 ㅋㅋ” “임영웅 님은 매력 덩어리” “어려울 때 사람이 보입니다” 등 게시글을 올리며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더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멜론, 지니, 벅스 등 스트리밍을 통한 임영웅 음원듣기 릴레이는 더 가열차게 이뤄지고 있다.
아이돌 팬덤이 대거 나선 탄핵 집회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응원봉이 한국의 집회 현장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 이것이 가벼운 시위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축제의 북적임 속에서도 질서정연한 시위였다. 차세대형 민주주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팝 아이돌 문화’를 이끄는 이들은 각자 응원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연두색 망치 모양의 ‘NCT 믐뭔봄’이 단연 이목을 끌었다. 4면을 둘러 ‘대통령 탄핵’ 등을 적었다. 뉴진스 ‘빙키봉’ 에스파 ‘스봉이’ 레드벨벳 ‘김만봉’ 등이 각각 오색찬란한 빛으로 밤을 물들였다.
아쉽게도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응원봉은 현장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오는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총6차례) 고척스카이돔에서 ‘임영웅 리사이틀’ 콘서트가 열린다. 응원봉은 아무래도 이곳에서만 반짝반짝 빛날 것 같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