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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던힐·글로 등을 생산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이하 BAT코리아)가 국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영국 본사로 배당 송금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BAT코리아의 조세회피 의혹과 국부유출성 행보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한국서 돈 벌어 영국으로 모두 송금…국부유출 지적

BAT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153억원을 영국 본사로 배당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BAT코리아의 당기순이익은 152억원이다. 일 년 동안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영국 본사로 보낸 셈이다. BAT코리아는 1990년 9월 10일자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됐다. BAT 영국 본사의 소유회사인 Brown & Williamson Holdings,Inc.(이하 B&W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계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BAT코리아는 모회사인 B&W홀딩스에 매년 당기순이익의 100%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한 해의 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하는가 하면 영업 손실이 발생한 해에도 배당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BAT코리아가 지난 20여 년간 배당을 통해 해외로 내보낸 금액은 총 1925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은 4개 연도를 제외하면 현금배당성향(배당금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10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국부유출성 배당을 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BAT코리아 측은 “주식회사의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주주배당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한국서 돈 벌었는데…기부금은 0.07% 수준?

BAT코리아는 국내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내고도 한국사회에 대한 상생노력·공헌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BAT코리아가 국내에서 사회공헌에 사용한 기부금액은 매년 매출액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2019년 BAT코리아는 국내에서 3562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기부금은 2억8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0.07% 수준에 그쳤다. BAT코리아의 기부금은 2017년 3억4000만원, 2018년 2억9000만원으로 점차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경쟁사인 KT&G는 매년 매출의 2% 이상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KT&G의 기부금액 101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기부금액 규모는 5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국내 재투자와 사회공헌에서 모두 미미한 모습을 보인 것은 ESG경영을 사업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주장과 상반된 행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BAT코리아 측은 “기부금 계정에 계상하는 금액이 연도별로 소폭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지난해부터 기부금으로 산정되지 않는 미래인재육성 프로그램 및 환경 분야 투자 등 국내 사회공헌의 규모와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 여전한 ‘조세회피’ 의혹

BAT코리아의 독특한 사업구조가 국내에서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란 지적과 함께 ‘조세회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AT코리아는 국내에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제조’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두 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제조’는 지난 2000년 경남 사천시에 공장을 준공해 담배를 제조하고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는 담배의 수입 및 판매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

특이한 점은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을 곧바로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BAT코리아의 제조법인은 특수관계사인 ‘로스만스’를 독점판매업체로 설정해 제품을 판매하고 판매법인이 다시 로스만스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국내에 판매한다. BAT코리아 제조법인(경남 사천공장)과 BAT코리아 판매법인의 중간에서 로스만스가 제품을 매입해 되파는 구조다.

로스만스는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네덜란드 소재 법인이다. 따라서 로스만스 계열사에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국내 판매법인에서 고가로 매입하면 해외에선 많은 이익을 발생시키고 국내에서는 매출원가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매출원가율이 높아진 만큼 수익성은 떨어지고 그만큼 국내에서 세금부담도 줄어든다.

실제로 BAT코리아는 2019년 매출액 3562억원 중 2359억원이 매출원가라고 공시했다. 매출원가율이 66% 수준인 셈이다. 같은 해 국내 동종업계 3개 회사의 매출원가율이 각각 38%, 38%, 4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지난 2011년에도 BAT코리아의 조세회피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BAT코리아의 2010년 매출원가율이 98.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금절감을 위해 고의로 매출원가를 올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 관계자는 “로스만스는 BAT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브랜드에 대한 라이선스 소유자로서 브랜드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사업분야별 전문성에 입각한 BAT그룹의 글로벌 사업구조”라면서 “또한 BAT의 국내 사업은 법인세법과 수출입 관련 법규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