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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오른쪽) 감독이 25일 한일전 직후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요코하마 | AP연합뉴스

[요코하마=스포츠서울 신무광통신원·박준범기자] 단순한 A매치 1패, 그 이상의 충격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에서 0-3으로 완패했다. 통산 80번째 한·일전이었으나 원정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11년 8월10일 삿포로 돔에서 0-3으로 패한 악몽이 10년만에 재현됐다. 90분 내내 기록한 유효 슛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등 주축들이 빠졌음에도 충격적인 패배였다.

벤투 감독은 24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일전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모든 변수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베스트11 선택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볼 키핑과 패싱에 능한 이강인(발렌시아)을 제로톱에 세웠다. 이강인이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고 움직임이 좋은 나상호(서울)~남태희(알 사드)~이동준(울산)이 일본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실패로 귀결됐다.

나상호와 남태희, 이동준은 전반 내내 돌파는커녕 볼 터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빌드업이 원활치 못하면서 롱 볼에 의존했는데 상대적으로 신장이 낮은 1~2선 자원들은 경합조차 하지 못했다. 이강인 역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전반 26분 두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된 패스 미스를 하기도 했다.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강인을 빼고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을 투입했다. 이정협 투입 후 대표팀의 공격은 활기를 그나마 찾았다. 하지만 전반 26분까지 이미 2골을 먹으며 분위기는 완벽하게 일본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경기 후 벤투 감독도 ‘제로톱’ 전술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강인을 제로톱에 기용한 건 상대 수비 라인의 균열을 꾀한 전술적인 부분이었다”면서 “이강인이 그 자리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리면, 그 빈틈으로 2선 자원들이 상대 수비 뒷 공간으로 침투하기를 원했다. 후반에 나아졌지만 제로톱은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캡틴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는 한·일전을 앞두고 “요즘 시대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리가 부러져도, 몸이 부서져도 상대와 부딪혀가며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만큼 한·일전은 내용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그 의미를 안다고 했으나, 중요한 일전에 한 번도 쓰지 않은 이강인 제로톱을 써 실패했다. 통산 80번째 한·일전은 단순한 A매치 패배 충격을 넘는 경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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