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한 비트코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저서 ‘블랙스완’을 쓴 나심 탈레브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혹평했다.

“하루 5%, 한 달에 20% 등락하는 것은 화폐가 될 수 없다”라는 비판을 곁들였다. 탈레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에 대해 “속임수다. ‘폰지사기’(불법 다단계 금융사기)의 특징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직 파생상품 트레이더이자 뉴욕대 교수를 지낸 탈레브는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가 단기간에 엄청나게 치솟는 초 인플레이션 현상)이 오는데 비트코인 가격은 제로가 될 수도 있다. 가상화폐 체계는 아름답고 잘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경제적인 무언가와 연계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때 비트코인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탈레브는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에 내가 속았다. 하루 5%, 한 달에 20% 등락하는 것은 화폐가 될 수 없다”라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의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샀던 것이다. 나는 그것이 비정부 화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순전한 투기일 뿐이고, 마치 게임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설령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폭등해 100만달러까지 가더라도 자신의 비판적 견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탈레브는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쳤던 2018년 이후 또 다시 폭등 현상을 보이며 지난 13일 역대 최고가인 8199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후 순식간에 급락한 비트코인은 열흘만에 30% 폭락해 23일 현재 5870만원선에 머물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비트코인 대신 실제 자산을 사라고 권했다. 탈레브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를 원한다면 땅을 조금 사서 올리브 같은 것을 키워봐라. 그러면 땅값이 떨어지더라도 올리브를 갖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최선의 전략은 미래에 수확물을 거둘 수 있는 뭔가를 소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의 시장 급락세에는 지난 주말 미국 재무부의 가상화폐 돈세탁 조사 루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소액의 선불금으로 거액의 가상화폐 선물을 살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데, 지난 주 루머가 번지며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하자 다수의 가상화폐 선물 투자가 자동으로 청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 ‘레버리지 투자’ 강제 청산이 발생하며 비트코인 시세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데이터제공업체 Bybt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18일 하루동안 가상 화폐거래소들에 의해 총 101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청산당했다.

이 중 90% 이상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의 가격 상승에 베팅한 파생상품으로, 절반에 가까운 50억달러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청산됐다. 레버리지 선물 투자는 그냥 비트코인을 사는 것보다 상승장에서는 몇 배 더 큰 수익을 보장하지만, 하락기에는 손실도 그만큼 더 커진다.

WSJ은 이와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올해 가상화폐 급등의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하면서 기관투자는 최근 감소세라고 보도했다.

한편 정부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달부터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의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때 금융회사가 1차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했다. 금융회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발견했을 경우 발견 시점으로부터 3영업일 안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FIU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가상자산 관련 불법 의심거래를 보고받으면 신속히 분석해 수사기관과 세무당국에 통보하도록 단속·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