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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지난 4월17일 한화 수베로 감독은 4-14로 뒤진 8회말 NC 강타자 나성범이 맘업맨으로 등판한 내야수 정진호에게 볼카운트 3-0에서 스윙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불문율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때문이다는 후속 기사들이 잇달았다. 불문율의 기본 정신은 상대를 존중하고 스포츠맨십을 지키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볼카운트 3-0에서 스윙한 게 큰 이슈가 됐다. 불문율을 거스르는 행위다. 당사자 팀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은 소속 팀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선수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2020년 8월에 데뷔한 루키 에르민 메세데스(28)다.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미국야구기자단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이다.
발단은 18일 미네소타 타킷필드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메니소타 트윈스전에서 벌어졌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미네소타 트윈스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러나 초반에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14승26패로 지구 최하위로 추락했다. 승부는 이미 기울어졌다. 선발 JA 햅이 6실점, 2명의 불펜투수가 나란히 4실점하며 15-4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미네소타 로코 발델리 감독은 포수 윌리언스 아스투디요를 9회 초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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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1루수, 3루수를 겸하는 아스투디요는 종종 맘업맨으로 등판한다. 2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2사 후 만난게 문제의 메세데스였다. 제구가 안돼 볼카운트 3-0가 됐다. 4구째 초저속 47.1마일(75.8km)의 볼을 던졌다. 메세데스는 이 볼을 좌중월 담장으로 넘겼다. 타깃필드의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트윈스 덕아웃 선수들도 격앙돼 있었다.
경기 후 화이트삭스 토니 라루사 감독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타격이다”며 “다시는 해서는 안된다”며 메세데스를 나무랬다. 라루사는 76세의 현역 최고령 감독이다. 통산 2753승 2380패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3회 우승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있는 야구의 산증인이다. 시카고 구단주는 올해 우승 적기라고 판단해 2011년 지휘봉을 놓은 그를 불러 들였다. 라루사의 첫 지휘봉을 잡은 팀이 시카고 화이트삭스(1979~1986년)였다.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고 볼카운트 3-0에서 스윙한 타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신예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들이다. 샌디에이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에르민 메세데스, 야구 매너는 배우지 않고 오로지 치고 던지고 하는 것만을 읽힌 결과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