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광의 일본통신

[도쿄=신무광 스포츠서울칼럼니스트]이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귀족’은 커녕 ‘올림픽 마피아’가 아닌가. 그런 불만을 터뜨리고 싶을 정도로 IOC의 ‘도쿄 올림픽 강행론’에 일본 시민들은 분노를 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을 못 본 체하며 바흐 IOC 위원장이 ‘예정대로 2021년 여름에 개최하겠다’고 밝힐 때마다 IOC에 대한 비난은 거세졌고, 존경이나 친밀감도 없어졌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가 바흐 위원장을 ‘바가지 남작’, IOC 위원들을 ‘개최국을 잡아먹는 왕족’이라 풍자했는데, 일본 시민들 또한 IOC에 분노하고 있다.

일본 전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5000명 이상, 중증 환자는 1300명 이상으로 합계 1만2000명을 넘어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바흐 위원장은 지난 22일 ‘올림픽의 꿈을 위해서 우리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발언했다.

\'도쿄올림픽 5자 회의\'에 화상 참여한 바흐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도(都), 대회 조직위원회, IOC,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등 도쿄올림픽·패럴림픽 5자 대표 온라인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앞쪽은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도쿄 = 연합뉴스

즉, 인명을 희생해서라도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하는 그의 폭언에 일본 누리꾼들의 분노는 대폭발이다. ‘희생’이라는 단어에는 일본을 방문하는 각국 관계자의 삭감이나, 선수촌과 경기장 등 이동 범위의 제한, 코로나로 인한 예선 중지나 도항 제한에 의해 일어나는 선수 변경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올림픽은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치르는 것이 아니다’, ‘인명 경시의 IOC’라는 신랄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논쟁에 더욱이 불을 붙인 건 존 코츠 IOC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도쿄에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져도 개최할 것인가’는 기자의 질문에 곧바로 ‘예스’라고 답해 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현재 일본은 4월 25일부터 도쿄, 오사카, 아이치, 교토, 효고, 후쿠오카, 5월 16일부터 홋카이도, 히로시마, 오카야마, 5월 23일부터 오키나와에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상태다.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락다운과 같은 강제력은 없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권한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것인데,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은 변함없다.

IOC 집행위원회 회의 참석한 바흐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외신연합뉴스

이번에는 시민들에게 오후 8시 이후 불필요한 외출 자제, 음식점은 오후 8시까지 단축 영업, 스포츠나 연극 등 행사 인원 제한(5000명 또는 수용 인원 50% 이하) 등에 더해 백화점, 영화관, 헬스클럽 등의 휴업, 주류를 제공하는 음식점의 휴업 요청 항목까지 추가됐다. 일반 시민과 중소기업, 음식점은 ‘인내’와 ‘자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쉽게 말하는 IOC의 안하무인에 많은 일본 시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IOC에게 맞서 강력하게 주장할 수 없는 대회조직위원회와 도쿄도(都), 나아가 일본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감출 수 없다. IOC도 일본 정부도 7월 개최를 강행할 각오처럼 보이지만 이후에 도쿄와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발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적어도 IOC가 책임을 져주는 일은 없을 듯하다.

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