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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네르바체 핵심 수비수로 정착한 김민재.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이제 막 이적한 김민재(25·페네르바체)의 다음 행선지가 벌써부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터키 내에서의 반응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김민재는 지난 8월 중순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었다. 페네르바체 외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지만 김민재는 감독의 선호도와 구단의 정성, 유럽 무대 적응 난이도 등을 고려해 페네르바체를 선택했다.

터키 리그는 유럽의 중심은 아니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무대다. 유럽에 처음 도전하는 김민재에게도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김민재는 예상 밖으로 빠르게 팀과 리그에 적응했다. 이적 후 리그 7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경기 등 9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경기력도 뛰어나다. 특유의 스피드와 몸싸움, 제공권, 여기에 정확한 패스까지 자신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페네르바체의 수호신으로 정착했다. 김민재는 1~8라운드까지 활약을 기준으로 삼은 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번 시즌 페네르바체 선수 중 7위에 해당하는 평점 6.78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시즌에 아직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적응력이다.

터키 내 반응, 평가도 좋다. 김민재 영입을 전면에서 추진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는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영입”이라며 “내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수비수”라고 칭찬했다. SNS 상에서는 팬이 만든 패러디물까지 등장했다. 김민재를 벽, 장군 등으로 표현해 치켜세우는 일종의 놀이까지 유행할 정도다. 인스타그램에는 김민재와 그의 수비 파트너인 아틸라 살라이의 이적을 걱정하며 ‘칭찬하지 마라’라는 댓글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아직 이적한지 두 달도 안 된 선수이지만 김민재의 이탈을 걱정할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한 것이다.

최근 현지 언론에서는 김민재의 바이아웃 조항이 이슈가 됐다. 김민재가 워낙 뛰어난 활약을 한 탓에 당장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더 큰 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우려 여론이 형성됐다. 터키 복수 언론에 따르면 김민재의 바이아웃은 900만 유로(약 124억원)에 불과하다. 유럽 내에서 김민재의 평가와 평판이 급상승했기 때문에 페네르바체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입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터키 언론에서는 김민재의 적정 이적료로 최소 2000만 유로(약 275억원)를 기대하고 있다. 선수 평가의 기준이 되는 유로파리그에서도 준수한 기량을 선보였고 1996년생으로 전성기에 아직 접어들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바이아웃의 2~3배 정도의 이적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코츠 페네르바체 회장도 언론을 통해 “선수들의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800~900만 유로로 김민재를 데려갈 수 있는지 두고 보자”라며 바이아웃 이상의 이적료를 챙길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김민재가 급하게 이적을 선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음해에는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김민재는 무리하게 빅리그 이적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자칫 이적 후 경기에 꾸준히 나서지 못하게 된다면 월드컵에서의 활약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월드컵에서 활약하면 더 많은 팀으로부터 좋은 조건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아직 젊은 김민재는 차분하게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다 기회를 도모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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