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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양=강예진기자] “환상에 젖은 건가...”
전남드래곤즈가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기술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파악했다.
지난 해 12월 11일, 전남은 K리그2 최초로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 해의 끝을 ‘우승’이라는 결과로 마무리하며 2022시즌을 더욱 기대케했다. 전 감독은 FA컵 우승이 다가오는 시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야심차게 선보인 2022시즌. 첫 단추부터 꼬였다. 개막전에서 안양FC에 0-1로 패했고, 홈 팬들 앞에서 치른 김포FC에 0-2로 완패했다.
두 경기 모두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함이 없었다. 특히 강점으로 꼽힌 수비 조직력이 김포와 경기에서 허물어졌다. 선제골을 내준 것도 수비 실수에서부터 시작됐다. 김포 윤민호가 페널티 박스 쪽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수비수 장순혁이 공중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공을 걷어내지 못했고, 상대 발에 먼저 맞은 공이 뒤쪽으로 흘렀다. 견제에서부터 자유로웠던 윤민호가 슈팅했고, 김다솔 골키퍼가 주저앉으며 오른발로 선방했지만 맞고 튄 볼이 손석용에게 향해 그대로 골문을 내줬다.
이후에도 수비 집중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최소 실점팀답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전 감독은 “김포를 면밀히 살펴 잘하는 걸 못하게 수비하고자 했지만 숫자 싸움에서 볼을 가져오지 못하고 뚫리다 보니 뛰는 거리가 늘어났다. 볼을 잡았을 때도 우리가 하고자 했던 공격 작업이 침착하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 작업의 연동성을 가져가야 했는데, 안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패인을 되짚었다. 2경기긴 하지만 전남은 안산그리너스와 함께 최다 실점(3점)에 올랐다.
“오늘같은 경기 운영은 굉장히 실망했다”라며 고개 저은 전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지난 해를 잘 마무리했지만 거기서 빨리 빠져나와야 할 듯하다. ‘어느정도 적당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축구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답답했다”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 같았던 FA컵 우승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 감독의 생각. 전 감독은 “환상에 젖은 건지, 실망스러운 경기력이다. 빠르게 빠져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상 궤도로 올라가려면 한 경기라도 빠르게 부진에서 떨쳐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라며 일침을 날렸다.
평소 공식 석상에서 쓴소리를 자주 하지 않는 전 감독이었기에, 전남 프런트 역시 다소 놀란 반응이었다. “선수들에게는 더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다”라는 구단 관계자의 말에서 전 감독의 실망감이 작지 않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기대요소는 있다. 올 시즌 영입한 유헤이와 플라나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유헤이는 절묘한 중거리 슈팅이나 스루 패스, 크로스 등으로 공간을 넓게 보며 경기를 조율했다. 전 감독은 “볼을 잘 차고 활동량도 많다. (김)현욱, (이)후권이와 함께 중앙에서 전략적으로 작업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경기 운영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랐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