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첫 등장부터 존재감이 확실하다. 직업은 강남의 여성을 대주는 포주다. 자신이 관리하는 여성이 마약으로 힘들어하자 불길이 치솟듯 분노했다. 당구채로 클럽을 누비며 판매책을 곤죽이 되도록 팼다. 비록 올바른 직업은 아니지만, 자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리는 게 없다.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윤길호(지창욱 분)다.
극 중 윤길호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를 찾는 과정에서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가 얽히는 추격 범죄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과묵한 가운데 자신이 애정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목숨 걸고 싸우는 처절함이 그 얼굴에 엿보인다.
배우 지창욱은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욕심이 났다. 윤길호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가 잃지 않으려는 가치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길호는 단순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그는 자신만의 이유로 행동하고, 그 이유를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이다. 이 점이 그를 단순한 악역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윤길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길호의 가장 큰 매력은 그의 이중성이다. 강인함과 잔혹함으로 세상과 싸우는 한편 그 속에는 사람에 대한 온정이 있다. 지창욱은 이러한 윤길호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창욱은 “윤길호라는 인물은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보호자이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범죄자다. 그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최대한 상황에 몰입해서 윤길호로서 현장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지창욱의 열연은 ‘강남 비-사이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 OTT 콘텐츠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이 작품은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월드 와이드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지창욱은 공을 연출진에게 돌렸다. 작품이 단순히 오락성을 넘어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낸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지창욱은 “예상도 못했다. 가끔 감독이나 소속사에서 순위가 올라간다 얘기를 해줘서 ‘회차가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보는구나’ 싶었다. 이 작품이 재밌으니까 뒤로 갈수록 더 봐주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 작품이 현실과 맞닿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내가 연기한 ‘윤길호’가 가진 결핍이라던가, 강동우(조우진 분)가 윤길호란 친구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재밌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창욱은 디즈니+의 ‘최악의 악’, 현재 방영 중인 ‘강남 비-사이드’, 그리고 차기작 ‘조각 도시’까지 연달아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액션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창욱은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창욱은 “사실 액션 연기가 너무 하기 싫다. 매번 하는데 힘들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꼭 액션이 있었던 것 같다. 출연을 결정한 후에는 제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잘해 내야 한다. 다행히도 제 액션이 인상 깊으셨는지 칭찬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하고 싶다. 액션보다는 로코가 더 좋다. 액션이 싫다곤 하지만, 좋은 역할과 글이 있으면 또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