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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또 철수’를 결정하며 중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연신 사과했지만, 쉽사리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많은 지지자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이뤄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되려 국민의힘 쪽에서 안 후보를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그러고 가서 벌써 팽 당했냐’는 분노까지 일고 있다.
사전투표 하루 전인 지난 3일 오전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한 안 후보는 4일 유튜브 채널 ‘안철수 소통 라이브’를 통해 지지자들을 만났다. 국민의당 당직자들도 모르게 전격적인 사퇴 결정을 했던 이유를 설명하려는 자리였다.
이날 방송에서 안 후보는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 해외에서 그 먼 길을 찾아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었다. 또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께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 드린 것 같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채팅창 댓글을 직접 읽어내려가던 중 유세 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댓글을 언급하며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이 차라리 살았겠지’라는 말씀이 제 가슴을 찌르네요. ‘은퇴하라’는 분도 계시고 ‘누굴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계 은퇴하라’, ‘너무 실망이 큽니다’라고 하셨다. 비판의 말씀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예상 외의 돌발 사퇴를 두고 윤 후보 측 정치공작과 협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선에 “전부 가짜뉴스라는 말을 드린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디 있겠나.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받았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나”라고 부인했다.
이어 “5년간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부족합니다만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저는 앞장서려 한다. 계속 이렇게 나뉘어 있어서는 해결이 안 되는데 지금 거대양당 시스템 아닌가. 제가 중재 역할을 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지지자들도 떠나가는 마당에 명분도 실리도 잃은 안 후보가 누구의 신의를 얻어 중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허공 속의 외침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생각을 해 보십시오. 윤석열이 돼면 박근혜 새누리당이 부활해서 다시 보수 합당하고 권력 가져갈텐데 안대표님한테 자리 줄것 같으세요??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요” “10년을 한결같이 응원한 사람으로써 오늘 단호히 제 머리에서 정치인 안철수를 지웁니다” “진심으로 소신있게 정치하는 것 같아 지지하였지만, 이제 지지할 명분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네요”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전했다.
한편 안철수 저격수로 활약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일 안 후보 합류 이후 변화에 대해 “공동정부 운영이나 인수위 과정 참여는 전적으로 후보 몫이다. 앞으로 정치적 행보, 합당이나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을 같이 할지는 선거 이후 당의 역할”이라며 선을 그은데 이어 “당권이라고 표현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철수 측과) 조율할 생각이 없다”라며 말을 잘랐다.
사퇴를 결정한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일 수 밖에 없었다. 조건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상황에서 환영은 커녕 벌써 문전박대를 당하는 모양새였기 때문.
이런 가운데 안 후보는 사퇴 이틀만에 윤 후보 지원유세를 따라나설 예정이다. 5일 윤 후보는 충청권에서 시작해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유세를 진행할 예정으로 안 후보가 이 여정에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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