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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이래나 저래나 어려운 건 매한가지.
지난 2일(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의 조 추첨이 완료됐다,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이란,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은 각각 B, H, C, E조에 배정됐다. 아시아PO(아랍에미리트와 호주)-페루간 승자는 D조에 포함됐다.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의 전유물이다. 피지컬과 기술, 여기에 조직력까지 더해진 두 대륙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최상’의 조가 아닌 ‘최악’의 조를 피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이 가운데 일본이 죽음의 조에 묶였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독일, 스페인과 한조에 들면서 가시밭길을 예고한 셈이다. 조 추첨 후 일본은 ‘어떻게 패할지 이미 시뮬레이션 돌리고 있을 거다’, ‘4년 뒤에 만나자 수고했다’ 등의 반응이다.
이란은 다른 의미로 험난한 여정길에 오른다. B조에서 눈에 띄는 건 미국과 맞대결이다. 이란과 미국은 40년이 넘는 질긴 악연을 이어왔다.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양국 갈등의 골은 깊어질 만큼 깊어졌다.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한 영역일 수 없다. 이란과 미국은 마치 한일전과 같은 껄끄러운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다. 양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결과는 이란의 2-1 승리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드라간 스코치치(크로아티아) 이란 감독은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며 “축구에 집중하는 것이 스포츠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레그 버홀터 미국 대표팀 감독 역시 “1998년 이후 24년이 지났다. 우리는 단지 축구 경기를 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와 한조에 편성됐다. 상대와 전력을 비교했을 때 16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치열한 최종예선을 뚫고 올라온 아시아 국가에 꽃길은 없다. 아시아 국가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의 4강이다. 다음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의 8강이다. 앞선 두 사례를 제외하면 아시아국 조별예선 통과는 사우디아라비아(1994), 한국(2010), 일본(2002, 2010)의 16강이 전부다. H조에 속한 한국이 아시아국가 가운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그나마 높지만 매번 그래왔듯 이번 월드컵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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