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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아이 학부모 모임이 있는데, 제가 백수 됐다고 위로 식사를 하기로 했거든요.”
고희진 KGC인삼공사 신임 감독은 지난주 삼성화재와 결별했다.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면서 고 감독은 자유인이 됐다. 19년 만에 처음으로 직장에서 나온 고 감독은 1년간 해외 연수를 떠날 생각으로 독일 유학을 알아보기도 했다.
고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이번주에 아이 학부모 모임이 있다. 백수 됐다고 위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제 축하 자리로 바뀌었다”라고 웃으며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예상 밖의 선임이라고 말했다.
당초 인삼공사는 국내외 지도자를 다양하게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고 감독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감독은 삼성화재 부임 첫 시즌에 최하위에 자리했지만 2년 차에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없는 살림에도 강한 서브라는 확실한 무기를 장착해 6라운드 초반까지 봄 배구 희망을 이어나갔다. 여자부 경험이 없지만 삼성화재에서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팀 색깔을 구축한 지도력, 강한 열정과 의욕 등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인삼공사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 신인선수 육성의 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고 감독의 선임 배경을 밝혔다.
고 감독은 그렇게 극적으로 대전에 잔류하게 됐다. 대전을 연고로 하는 남자부의 삼성화재, 여자부의 인삼공사 두 팀의 사령탑을 역임하는 특이한 이력도 생겼다. 고 감독은 “대전과 운명인 모양이다. 내 아내도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다. 연애 시절부터 대전을 그렇게 다니더니 결국 떠나지 못하게 됐다. 대전이라는 도시와 무언가로 연결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줄곧 남자부에만 있던 고 감독은 이제 여자부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민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고 감독은 두려움 없이 전진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나는 배구 지도자다. 남자배구 지도자가 아니다. 감독으로서 배구를 지도할 것”이라며 “평소 여자부 경기도 틈틈이 봤다. 인삼공사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함께 호흡하면서 좋은 팀으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삼성화재에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더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구단에서 원하는 혁신을 꼭 해내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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