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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선수는 편안하게, 벤치는 날카롭게.”
시즌 초반 투타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 중인 SSG의 시즌 모토다. 잘 나갈 때 위기를 미리 대비하는 것을 시스템화하겠다는 의도다. SSG 김원형 감독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슬럼프, 예기치 않은 부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랜더스는 이날까지 14경기에서 단 한 번 패했다. 개막 11연승 기록을 중단한 잠실 LG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2.14), 타율 1위(0.267)로 약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잘할 것으로는 생각 못했다. 아마 선수들도 이런 성적을 낼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난해처럼 갑작스러운 부상이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트레이닝 파트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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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선수들에게 개입하는 강도가 약해졌다는 점. 김 감독은 “감독 데뷔시즌을 치른 뒤 ‘선수들에게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내 역할’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마음 편하게 플레이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벤치에서는 경기 운영에 집중하는 쪽이 팀에 더 큰 도움”이라고 설명했다.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이 살짝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김 감독은 “성격도 좋고, KBO리그에 적응하려 애를 쓴다. 성향만 보면 오래 함께하고 싶은 선수”라면서도 “외국인 선수는 매년 결과를 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크론은 김 감독의 메시지를 들었는지, 이날 쐐기 2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해주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다.
능력있는 선수가 주전으로 도약했기 때문에 굳이 감독까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선수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플레이할 분위기만 마련하면, 장점은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은 알아서 개선하는 게 SSG의 새로운 팀 문화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추신수 김광현의 합류와 21년 차를 맞은 김강민 등이 중심을 잡아주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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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한다는 뜻은 아니다. 좋을 때일수록, 오버워크를 방지해야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을수록 넘치는 자신감 탓에 불필요한 힘을 쓰기 마련이다. 성적이 안좋은 선수들은 그들대로 만회하기 위해 힘을 쓴다. 회전력이 경기력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는 순간 경직되기 마련이다. 회전력이 떨어지면 힘을 쓸 수 없는데, 정작 플레이 중에는 선수가 인지하지 못한다.
김 감독은 “코치진이 선수들의 타석과 투구마다 변화를 감지해 대화하고 있다. 잘될 때는 뭘 해도 되는데, 안되기 시작하면 불필요한 자세가 나온다. 더 강하게 타격하거나 투구하려다 보면 실수가 많아지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반복되면 슬럼프에 빠진다. 경기 중인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변화를 종용할 수는 없으니 대화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