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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하주석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경기에서 9회초 역전 그랜드슬램을 폭발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이글스

[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역전 만루홈런의 기쁨은 하루를 채 가지 않았다. 오히려 사령탑의 우려가 현실이 돼 3루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에게 허탈감만 안겼다.

한화는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어린이날 매치’로 열린 SSG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초반 주도권을 빼앗긴 채 끌려갔다. 전날 경기에서 4-5로 뒤지던 9회초 1사 만루에서 ‘캡틴’ 하주석의 좌월 그랜드슬램으로 역전승을 따낸 기세가 눈녹듯 사라졌다. 하주석과 ‘팀 이글스’는 통쾌한 역전 만루홈런에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5일 경기에 앞서 만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이 주장 중책을 맡았는데 개인과 팀 성적이 떨어져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만루홈런은 그 울분을 털어내는 한 방이라, 감정이 더 격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크지만\' 수베로 감독[포토]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가운데)이 지난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경기에서 볼 판정에 불만을 제기한 최재훈(오른쪽)을 다독이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선두 팀을 상대로 좋은 기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하주석의 만루홈런은 의미가 컸다. 더불어 SSG전 2연속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 달성 기대도 높였다. 수베로 감독은 “기세를 이으려면 선취점을 뽑아야 한다. SSG라는 좋은 팀을 만나 우리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에 선취점을 뽑으면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우리 야수들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조성환 코치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서도 “더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가 반격할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수비 싸움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 속 시작한 경기는 1회부터 꼬였다. 한화 선발 남지민은 37개를 던지며 3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측정됐지만 스트라이크(17개)보다 볼(20개)이 더 많았다. 속구뿐만 아니라 커브와 포크볼 등 타이밍을 빼앗을 만한 구종도 스트라이크존을 비껴갔다. 1회말 1사 만루, 최주환의 1루 땅볼 때 홈에서 포스아웃시킨 포수 박상언이 1루와 2루 어느 곳으로도 송구하지 못한 게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태그가 필요한 순간\' 박성한[포토]
SSG 유격수 박성한이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 9회초 무사 1루에서 송구를 받고 있다. 주자는 박상언.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선취점을 내준 수베로 감독은 2회 이민우를 투입해 흐름을 끊으려 했지만, 한유섬에게 3점홈런을 내주고 사실상 승기를 넘겨줬다. 한화 타선은 4회초 김태연과 하주석의 연속 적시타, 5회초 정은원의 2루 땅볼 등으로 3점을 따라붙었지만, 5회말 다시 3점을 내주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5회말 1사 3루에서는 오태곤의 유격수 땅볼 때 어설픈 수비로 주자를 살려줘 힘겹게 끌어온 흐름을 다시 내줬다.

3루 주자 김강민이 런다운에 걸렸는데, 3루로 주자를 몰던 포수 박상언이 늦게, 높이 송구해 주자를 살렸다. 한화 2루수 정은원은 2사 만루에서 박성한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냈지만 간발의 차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최정의 3유간 타구를 포구해 1루로 원바운드 송구해 두 점을 더 잃었다.

성적 부진의 부담을 눈물로 씻어낸 듯하던 한화는 하루 만에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대패했다. “어린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는 경험을 통해 구축해야 한다”던 수베로 감독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 ‘어린이날의 악몽’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