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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고재현이 지난 8일 수원전이 끝난 뒤 시즌 5호골을 가리키는 손가락 5개를 펴보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대구FC 공격수 고재현(23)은 ‘간절함’과 ‘특훈’을 비결로 꼽았다.

2018시즌 대구에서 데뷔한 고재현은 지난 2시즌 서울 이랜드 임대를 다녀왔다. 시즌 전만 해도 고재현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산더 가마 감독은 그를 오른쪽 측면 주전 공격수로 낙점했다. 이에 보답하듯 고재현은 리그 8경기에서 5골을 집어넣었다. 팀 내 최다 득점자다. 특히 고재현의 유효 슛이 6개인 걸 고려하면, 그야말로 물오른 마무리 능력이다.

그는 11일 본지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번 경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러다 보니 운도 따르는 거 같다. 간절함에 더해 ‘특훈’도 고재현의 득점 행진에 숨은 비결이다. 고재현은 “이종현 코치님이 경기 전에 피드백을 해준다. 김천 상무전 코너킥 득점이나 수원 삼성전 크로스 상황에서 득점은 경기 전에 훈련했던 게 실전에서 나왔다. 신기하게 훈련한 대로 됐다. 특훈의 결과”라며 숨겨진 노력이 있었음을 말했다.

고재현은 감각적인 위치 선정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팬들은 그에게 과거 이탈리아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를 빗대, ‘고자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친구들도 이제 나를 ‘고자기’라고 부른다”고 웃은 고재현은 “별명이 있다는 건 좋은 거라 생각한다. 팬들이 불러주시는 별명이니까 마음에 든다”라며 “사실 내 위치 선정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 1~2골을 넣을 때는 다들 운이라고 했다. (이)근호 형은 ‘성실함이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줬다. 지금은 경기에 출전하면, 내 앞으로 공이 올 거 같은 기분이 든다”고 껄껄 웃었다.

득점은 이미 개인 커리어하이다. 두 자릿수 득점까지 4골밖에 남지 않았다. 고재현은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면 좋지만, 경기 전에 골 넣자는 생각을 하면 항상 골을 못 넣더라. 10골을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항상 똑같은 마음가짐이다. 후회 없이 뛰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그러다 보면 10골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들뜨지 않았다. 이어 ‘캡틴’ 김진혁과의 재밌는 일화도 공개했다. 고재현은 “(김)진혁이 형이 계속 나를 놀려왔다. 진혁이 형의 시즌 최다 득점이 6골이다. 6골 넣으면 (나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7골을 기록한 뒤에 반대로 진혁이 형을 놀리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적인 목표나 욕심은 딱히 없다”고 외친 고재현의 다음 스텝은 ‘꾸준함’이다. 그는 “주위에서 이럴 때 부상 조심과 오버 페이스를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부상 없이 시즌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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