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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프리에이전트(FA) 4년 이상의 다년계약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시작과 끝을 계약 팀과 마무리하는 경우가 드물고 그렇다면 구단 입장에선 실패한 계약이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 구조상 FA 장기계약은 반복된다.
계약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단의 전력이 갑자기 추락하면서 트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리빌딩 때는 구단이 선수에게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 된다. 계약팀에서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현 뉴욕 메츠 맥스 셔저는 2015년 1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1000만 달러 대박 계약을 맺었다. 워싱턴에서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2019년 팀의 유일한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우승 후 워싱턴 전력이 급전직하 하면서 셔저는 시즌 후 다시 FA가 되는 2021년 7월30일 데드라인 때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워싱턴은 셔저와 유격수 트레이 터너를 주고 젊은 유망주 투·포수를 받았다. 셔저는 플레이오프 경쟁력있는 다저스에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구단-선수 윈윈이었다. 셔저는 FA 계약이 실패가 아닌 구단 사정으로 워싱턴과의 7년 계약을 완수하지 못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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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파 가운데 4년 이상의 장기계약자는 총 5명이다. 강정호, 박병호, 류현진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장기계약을 했다. 한창 젊은 나이였다. 장기계약의 원조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2001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FA 시장에서 최고의 선발투수였다. 텍사스에서 3시즌 반만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두 번째가 외야수 추신수다. 박찬호 이후 12년이 지난 뒤 2013년 12월 텍사스는 추신수와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계약 때까지 단 한 번도 올스타게임에 출장하지 못한 선수로 1억 달러가 넘은 최초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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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키움의 강정호와 박병호가 2015년 1월, 12월에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내야수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100만 달러, 1루수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4년 1200만 달러에 사인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2017년 한 시즌을 통째로 출장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한 시즌 뛰고 KBO리그로 유턴했다.
류현진은 장기계약을 두 차례했다. 2013년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할 때는 포스팅시스템으로 6년 3600만 달러 장기계약을 했다. 6년 계약이 완료된 2018시즌 후 FA가 됐지만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였다. 2019시즌을 마치고 다시 FA 계약이 되면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예상을 깬 대박에 사인했다.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계약의 주체는 모두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다.
토론토의 류현진 4년 계약은 도박이었다. 부상 경력도 많고 나이도 2020시즌 시작 때 33세로 만만치 않았다. FA 계약 시작 때 박찬호는 29세, 추신수는 31세였다. FA계약을 치른 뒤 기자들의 이런 지적에 토론토 마크 샤파이로 CEO는 “류현진은 부상이 없으면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다.”고 강조했다. 계약 기간 동안 부상없기를 바라는 심정이 역력했다.
사실 샤파이로 CEO의 말은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에게 해당된다. 단적으로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존카를로 스탠튼을 보면 답이다. 이들 듀오가 부상만 없으면 한 시즌에 합작 100개 홈런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레에스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고, 이런 위험부담을 갖고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류현진의 몸상태를 고려하면 2023년 4년 계약을 토론토와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잦은 부상도 그렇고 구위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해외파로 FA 계약기간을 그 팀에서 마친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그러나 추신수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진할 때마다 트레이드설이 돌았고, 팀의 리빌딩 모드 때도 거론됐다. 하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고, 몇몇 구단의 트레이드 불가조항이 있어 여의치 않았다. 계약 7년 동안 팀은 2015, 2016년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해외파들은 부단한 훈련으로 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런데 운도 상당히 따른다. 흔히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류현진에게 계약 첫 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행운이었다. 일정은 60경기로 줄었고, 단 12경기에 등판해 최상의 피칭을 선보였다. 2022시즌 6월, 류현진은 팔뚝과 팔꿈치 염증으로 올시즌 두번째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