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초 2루타 출루하는 김태연[포토]
한화 김태연이 5월29일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서 3회초 2루타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한화의 3루수가 갑자기 바빠졌다. 외야까지 같이 커버하게 됐다.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의 새로운 ‘외야 4인’ 시프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5-1의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1점을 내줬으나 6회에만 내리 4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웃었다.

결과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부분이 있다. 수비다. 2회말 선두타가 김재환이 타석에 섰다. 이때 한화 야수진이 바빠졌다. 정확히는 3루수가 자리를 비웠다. 좌익수 쪽으로 나갔다. 좌익수가 좌중간으로, 중견수가 우중간으로 향했다. 외야에 4명이 섰다. 자연히 2루와 3루 사이는 텅 비었다.

장타를 치는 타자이기에 외야로 타구가 향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감함을 넘어 극단적인 시프트였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심재학 위원은 “KBO리그에서 처음 보는 시프트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일단 첫 타석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김재환이 좌측 빗맞은 타구를 날렸고, 안타가 됐다. 김태연이 전력으로 달렸으나 미치지 못했다. 한편으로 보면 어차피 정상 수비를 하더라도 잡을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두산의 행운이면서 한화의 불운. 이후 김태연은 자기 자리인 3루수 위치로 복귀했다. 거리가 제법 된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4회말 김재환의 두 번째 타석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왔다. 이닝 선두타자로 김재환이 나왔고, 김태연이 외야로 나갔다. 김재환이 이번에도 외야 뜬공을 쳤다. 좌중간 타구. 좌익수가 거의 제자리에 서서 타구를 잡았다. 이번에는 깔끔한 성공이었다.

6회말 김재환의 세 번째 타석에서는 조금 달랐다. 2사 1루 상황이었고, 내야를 아예 비울 수가 없었다. 김태연이 2루 베이스 뒤편에 서는, 내야가 전체적으로 우측으로 치우치는 시프트였다. 1,2루 사이에 위치한 유격수 하주석이 잡아내는 땅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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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8일 두산전 김재환 타석 때 실시한 외야 4인 시프트. 출처 |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7회말 수비에서 김태연이 빠지고 이도윤이 투입됐다. 9회말 김재환의 마지막 타석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선두타자였고, 김도윤이 좌익수 쪽으로 나갔다. 다시 외야 4인 시프트. 이번에는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경기 후 김태연을 만났다. 시프트에 대해 “특정 타자에 대해서만 실행하는 시프트다. 3루수가 외야로 나가는 것으로 미리 계획이 된 부분이었다. 준비하고 있으라는 주문을 받았고, 경기 중 실행했다. 딱히 복잡할 것은 없었다. 외야를 강화하기 위한 시프트다”고 말했다.

이어 “파울 라인 쪽을 강화하는 수비다. 빗맞기는 했어도 진짜 첫 타석부터 공이 그쪽으로 또 오더라. 사실 나도 처음 겪는 시프트이기는 하다. 내야 4명은 메이저리그에서 본 것 같은데 외야 4명은 처음이다”고 덧붙였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괜찮았다. 외야에 갔다가 3루로 돌아오니 숨은 좀 차더라. 그래도 금방 회복됐다. 다음 타자 정도 때만 숨이 좀 찬 것 같다”며 웃었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파격 시프트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비 위치를 도출하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활용했다.

이번에도 같은 개념이다. 당겨칠 수도 있고, 밀어칠 수도 있는 ‘거포’ 김재환이다. 땅볼로 인한 단타를 주더라도 외야로 향하는 장타를 막겠다는 계산. 결과도 괜찮았다. 빗맞은 안타 1개를 제외하면 뜬공-땅볼-땅볼이었다. 향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팀 장타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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