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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시프트는 확률 게임이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근 외야에 야수 네 명을 배치하는 파격 시프트로 눈길을 끌었다. 강한 타구를 보내는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3루수가 외야 펜스 근처까지 달려간다. 좌익수는 좌중간, 중견수는 우중간으로 각각 이동하고, 우익수는 선상을 커버할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 내야는 2루 왼쪽을 완전히 비운다. 유격수가 2루 오른쪽으로, 2루수가 이른바 ‘2익수’ 위치까지 간다. 1루수는 선상을 지키면서도 뒤로 몇 발 물러선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공개했는데, 성패를 떠나 임팩트가 강했다. 외야 네 명 시프트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치른 SSG와 주말 3연전에서도 이어졌다. 12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는 확률에 근거한 전략”이라며 “타자의 타구 분포도와 스윙 강도, 타구질 등 데이터를 살펴본 뒤 시프트 전개 여부를 결정한다. SSG 4번타자로 나선 전의산은 신인급 선수이지만, 파괴력 있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풀히터여서 시프트를 단행했다. 타자의 연차나 이름은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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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타를 맞을 확률을 줄인다는 점에서 실제 타구가 외야로 향하지 않더라도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두산 김재환은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SSG 한유섬도 같은 선택을 했다. 우리로서는 2루타 이상 장타를 허용하는 것보다 상대 강타자에게 단타를 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야수들의 위치를 본 타자들이 당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어느덧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른바 ‘수베로 시프트’를 전개한 9일 두산전부터 11일 SSG전까지 3연패에 빠졌다. 시프트를 전개해 타자의 멘붕을 끌어내도 팀이 이기지 못하고 있다. 12일 SSG전을 앞두고 한화는 팀 타율(0.238)과 평균자책점(5.22) 모두 최하위다. 5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한화가 유일하다. 꼴찌 팀도 10번 중 세 번은 승리하는 야구 속성을 고려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수베로 시프트’는 이런 팀 현실과 궤를 같이한다. 실점을 최소화하려면, 장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 외야수들의 수비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화 외야진은 타구 판단, 스타트, 낙구지점 파악, 송구 등 기본기를 갖춘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유틸리티 자원인 김인환을 필드 위의 스윙맨으로 활용해야 다른 팀 외야진과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수준이다. ‘대놓고 리빌딩’을 외친지 3년째. 한화의 전력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기다리는 보살팬의 마음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