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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선수들이 지난 10일 수원FC와 K리그1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4 역전패한 뒤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수원=김용일기자] 일류(일류첸코)가 와도 삼류 수비로는 반전할 수 없다.

안익수 FC서울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FC 원정에서 3-4로 역전패한 뒤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악전고투하고 있다.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면 나아질 것”이라며 지속해서 선수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으나 허망한 역전패에 당혹스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안 감독의 말처럼 서울은 악전고투하는 상황이다. 주중, 주말 타이트한 일정에서 주전 수비수인 오스마르, 이태석 등이 줄부상당했다.

그럼에도 이날 패배는 그동안 어느 상황에도 지지 목소리를 낸 서울 팬에 분노를 일으켰다. 서울 다수 팬은 경기 직후 구단 SNS에 ‘수비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프로답지 못하다’ 등 막판 심각한 집중력 결여를 보인 선수를 질타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은 이날 2-0으로 리드하다가 후반 들어 ‘21분 사이 3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교체로 들어간 수비수 이한범이 후반 추가 시간 투혼의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다시 경기 종료 직전 수원FC 정재용에게 헤딩 결승골을 내줬다. 선수 뿐 아니라 팬의 허탈감이 어느 때보다 큰 경기다.

무엇보다 서울은 최근 수비진의 잔실수가 많다. 이날도 2-2로 맞선 후반 28분 황현수가 어이없는 백패스 실수를 저질렀다가 김승준에게 역전골을 얻어맞았다. 후반 종료 직전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골문 앞 정재용을 전혀 막아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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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황현수가 지난 10일 수원FC와 K리그1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라스와 볼경합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이날 시즌 두 번째로 ‘3골 경기’를 했다. 게다가 골 갈증이 컸던 토종 골잡이 박동진, 김신진이 모두 득점포에 가세했다. 그럼에도 수비진이 상대 뛰어난 개인 전술에 실점한 것도 아니고 자멸하는 플레이를 펼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현재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안 감독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익수볼’로 불리며 K리그에서 가장 선도적인 빌드업 색채를 뽐내고 있다. 후방부터 활동량이 많다.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과거 ‘질식수비’로 불린 수비적 전술을 선택하면서 실리 축구를 펼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안 감독은 ‘서울의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빌드업 색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팬도 손뼉을 쳤다. 그러나 어설픈 수비가 지속하면 이러한 의지와 과정은 무의미해진다.

가뜩이나 서울은 빌드업의 방점을 찍은 외인 골잡이 보강을 앞두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일류첸코다. 그의 합류를 의미 있게 만들려면 수원FC전 역전패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