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LG 임찬규. 지난 5월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와의 경기.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여러모로 기대가 큰 전반기였다. 작년 후반기 극적인 구속 상승을 앞세워 활약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비시즌을 보냈다.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캠프를 마쳤다. 시범경기에서 여전히 145㎞ 이상의 속구를 뿌렸다. 올시즌 첫 경기부터 작년에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던 승리도 챙겼다. 이 때가지만 해도 청사진이 보였다. 예비 프리에이전트(FA)로서 소위말하는 ‘대박’에 다가가는 것 같았다. LG 오른손 선발투수 임찬규(30) 얘기다.

금새 시련이 찾아왔다. 어깨 컨디션이 떨어졌는데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이전처럼 치료 받지 못했다. 등판을 강행하다가 2군행을 반복했다.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구속이 하락했고 장기였던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한 커맨드도 흔들렸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메커닉 변화였다.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투구 메커닉이 달라졌다. 메커닉 변화는 또다른 이상을 낳았다. 전완근 뭉침으로 커브 구사에 애를 먹었다.

임찬규는 유독 힘들었던 4월과 5월을 돌아보며 “몸이 불편하니 나도 모르게 메커닉이 바뀌고 말았다. TV로 투구하는 모습만 봐도 임팩트하는 순간이 달라졌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다”며 “컨디션이 이렇다보니 전력분석이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던지고 싶은 구종을 원하는 곳에 넣지 못하는데 분석을 해도 활용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돌아보기로 했고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답은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임찬규는 2021시즌 후반기 속구 최고 구속이 140㎞ 후반대에서 형성되며 13경기 73이닝 평균자책점 2.96으로 활약했다. 이 기간 평균 5.1이닝으로 6회에도 마운드를 밟았다. 10년 만에 되찾은 구속을 앞세워 순항했다.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됐고 그만큼 구속에 집착했다.

임찬규는 “메커닉이 무너진 원인은 구속이었다. 나도 모르게 안 나오는 구속을 다시 올리기 위해 무리해서 던졌다. 강한 공을 던지고 싶어서 짜내듯 투구했고 모든 게 흔들렸다”며 “구속은 내려놓기로 했다. 2020년 137, 138㎞ 던지면서도 10승하고 규정 이닝 이상도 소화했다. 경헌호 코치님도 이 부분을 지적하셨다. 코치님께서 ‘네가 건강하게 꾸준히 로테이션 돌면 구속은 다시 오를 수 있다. 지금은 구속보다 밸런스에 신경쓰면서 다른 장점을 살리자’고 하셨다”고 재정립에 임한 순간을 돌아봤다.

반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그래도 전반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희망을 보였다. 지난 3일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 은퇴식이었던 잠실 롯데전에서 5이닝 무실점했다.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골고루 구사하며 투구수 54개로 효율적인 피칭을 펼쳤다. 최고 구속도 144㎞까지 찍혔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다른 방향을 찾게 된 계기였다. 임찬규는 “용택 선배님 은퇴식 후 단상에서 팬들을 보고 인터뷰를 하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막 눈물도 날 것 같았다. 나만 생각할 때가 아닌 것도 알게 됐다”며 “FA 생각은 접었다. 전반기 성적을 보면 할 수도 없다. 후반기에는 이닝만 생각하겠다. 그래도 최소 5이닝, 대부분의 경기에서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이제 아픈 곳은 없다. 어깨 컨디션도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퇴식 박용택, 각별한 후배 임찬규[포토]
은퇴 2년만에 공식은퇴식을 갖게되는 박용택이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외야수로 출전한후 바로 교체되며 선발투수 임찬규에게 기를 불어넣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류지현 감독이 꼽은 후반기 키플레이어다. 약점인 토종 선발진에서 가장 경험이 많다.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와 함께 선발진 중심을 잡아야 다른 선발투수들도 부담을 덜고 등판할 수 있다. 임찬규도 이를 잘 안다. 그는 “전반기에 중간투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 후반기는 나를 포함해 선발투수들이 잘 해야 한다. 불펜이 고비를 맞이했을 때 선발이 힘을 내야 한다”며 “큰 경기 징크스도 꼭 깨고 싶다. 올시즌도 분명 끝까지 순위경쟁을 할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중요한 순간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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