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는 김소진<YONHAP NO-4898>

임시완, 귀여운 막내<YONHAP NO-4766>

[스포츠서울|조은별 기자]초호화 캐스팅이지만 주조연의 비중이 고르다. 주연이라고 과하지 않고, 조연이라고 모자람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앙상블로만 놓고 보면 가히 으뜸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 빅4 중 한 작품으로 꼽히는 영화 ‘비상선언’이 25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작 당시부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쟁쟁한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뚜껑을 연 ‘비상선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빌런 류진석 역의 임시완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귀공자 도령, ‘미생’의 새내기 사회인 장그래, ‘변호인’의 국밥집 아들 진우...해사하면서도 유약해 보이는 외모 덕에 그는 사회적으로 약자지만 소신있는 인물을 주로 소화했다.

기존 작품 속 임시완을 기대했다면 ‘비상선언’ 속 그의 모습은 낯설다. 공항에서부터 모든 승객에게 민폐를 끼치더니 결국엔 민폐를 넘어서는 행동으로 관객을 경악하게 만든다. 소년같은 외모 뒤, 차가운 미소를 숨긴 임시완의 모습은 위악스럽지만 그 자체로 동화된다. 흡사 한국판 조커같은 느낌마저 든다.

한재림 감독은 이날 시사회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임시완이 맡은 류진석에 대해 “재난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한 감독은 “극 중 빌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테러범과 관련된 보도를 살펴보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전혀 그런 일을 벌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게 이야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재해보니 당시 테러 뒤 살아남은 이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한국사회에도 그런 상징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대형 재난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그간 악역이든 선한역이든 역할의 당위성을 찾곤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진석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당위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당위성이 없으니 오히려 이 인물을 표현하는게 자유로웠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김소진이 연기한 승무원 사무장 희진도 돋보인다.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답게 마치 비행 재난 현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침착함과 차분함으로 승객들을 안정시킨다. 김소진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두려움, 불안함, 무서움, 나약함과 더불어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믿고 신뢰하고 진실하게 소통하는 사람으로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희진이라는 캐릭터의 역할을 표현했다.

간담회에서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위로가 된 작품이다”라며 “무엇보다 모든 배우들이 다 고생했고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송강호, 이병헌,전도연 고유의 존재감이 영화에 큰 힘이 된 것 같아 든든했다”고 공을 돌렸다.

‘비상선언’은 다음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