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쿠팡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가 흥행 이면의 민낯이 드러났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를 둘러싸고 작품 훼손과 저작인격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 측이 편집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2일 알려진 것.
‘안나’는 지난 6월24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2회씩 순차적으로 총 6부작으로 공개된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인 인생을 사는 여자의 이야기로 수지, 정은채, 김준한 등이 출연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이 감독은 현재까지 공개된 6부작 ‘안나’는 자신의 의도는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안나’ 편집은 국내 영상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이주영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한국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재발방지가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단독으로 편집한 8부작 마스터 파일 그대로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 할 것과 6부작 ‘안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반면 쿠팡플레이 측은 3일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강조하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맞대응한 상황이다.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의 갈등은 ‘안나’ 공개 전부터 예상됐다. 대부분의 OTT 드라마, 영화 제작발표회에는 출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감독이 함께 등장해 취재진 앞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지난 6월 21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 불참했고, ‘안나’ 공개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도 수지, 정은채, 김준한 등은 참여했지만 이 감독의 이야기는 배우들을 통해 전해들었을 뿐, 직접 들을 수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 감독이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감독의 동일성유지권 및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만큼, 이 사건이 OTT 사업자와 제작사 그리고 창작자 사이의 저작권 문제라는 화두로 이어질지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이번 사태에 대해 “창작자 동의 없이 2부작이나 줄이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세밀하게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뛰는 연출자와 자본과 채널을 쥔 제작사, 배급사와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재편집의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단 건 이해한다. 그렇지만 연출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 후 공개하는 건 엄연한 권한 침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편집 과정에서 제작사와 연출자 사이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연출자가 편집권과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선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작품이고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 역시 져야 하기 때문에 연출자 못지않게 절박하다. 작품의 흥행을 위해 편집 방향에 대한 융통성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공개된 흥행 드라마의 이면에 숨겨진 갈등이 드러나 안타까움을 안긴다. 앞서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의 경우도 저작권 및 수익배분 논란으로 잡음을 빚기도 했다.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이 장악한 콘텐츠 시장에서 ‘안나’로 촉발된 편집권 갈등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