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숨 몰아쉬는 한현희
키움 한현희가 7월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5회말 무사 1루에서 투런포를 맞은 후 강판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예비 FA 최대어’라 했다. 아직 20대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 10승이 가능하고, 20홀드도 만들 수 있는 선수. 19살부터 1군에서 활약해 경험까지 풍부하다. 누구나 탐을 낼 자원이다. 그런데 정작 선수가 부진하다. 이미 강제로 FA 재수를 했는데 3수까지 할 위기다. 키움 한현희(29) 이야기다.

한현희는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1년차부터 풀 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핵심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43경기 69.1이닝, 3승 4패 7홀드, 평균자책점 3.12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신인왕은 팀 동료 서건창이 차지했으나 순수 1년차 투수 중에는 한현희가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후 꾸준히 1군에서 활약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27홀드와 31홀드를 일궈냈고, 2015시즌에는 11승에 10홀드를 따냈다. 2015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16년을 통째로 날리기는 했으나 2017시즌 돌아왔다. 2018년 11승 투수가 됐고, 2019시즌 24홀드를 만들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

그렇게 2020시즌까지 마쳤고, 2021시즌 후 FA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21년 경기 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고 말았다.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됐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6경기, 키움으로부터 1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2021시즌 풀 타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자연히 FA 자격도 없었다. FA 재수. 2022시즌 무조건 잘해야 했다. 그런데 올 시즌 15경기 52.1이닝, 4승 3패, 평균자책점 5.33이 전부다. 선발로 시작했으나 첫 경기에서 2.1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고, 불펜으로 이동했다. 5월말 선발로 다시 돌아와 3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5.2이닝 무실점-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자기 자리를 찾은 듯했다.

[포토] 4회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
키움 한현희가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전에서 4회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후 들쑥날쑥하다. 7월26일 KT전에 선발로 4이닝 4실점에 그친 후, 8월 2일 SSG전에서 불펜으로 나섰다. 2이닝 무실점. 그리고 6일 LG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는데 3.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하루 뒤인 7일 올 시즌 5번째로 1군에서 말소됐다. 홍원기 감독도 “후반기 선발진의 핵심은 한현희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전히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진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하기에 쓰임새도 많다. 1993년생으로 내년 30살이다. 나이도 창창하다. 대박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특히 시장에 좋은 선발투수가 귀하다는 점도 한현희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잘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이쪽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진하다. 이 상태로 시즌이 끝나고 FA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구매자가 ‘좋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다’는 평가를 내리면 만회도 어렵다. 여차하면 FA 3수를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종료되지 않았다. 7일날 말소됐으니 17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복귀 후 보란듯이 잘하면 그만이다. 2년 연속 상황이 꼬이고 있다. 그래도 모든 것은 한현희 자신에게 달렸다. 꽤 많은 것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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