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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투수왕국’ KT는 막강 잠수함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장부터 통산 152승을 따낸 잠수함 레전드다. 체인지업의 달인 고영표(31)와 강속구 잠수함 엄상백(26) 불펜 비밀병기로 우뚝선 이채호(24) 등이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을 앞두고 “부상자가 많아 시즌 초반에 고전했는데, 마운드의 힘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는 시즌 114경기를 치른 30일 현재 63승2무49패로 승률 0.563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67승4무43패 승률 0.609였다. 연패를 거듭하던 시즌 초반을 고려하면, KT가 얼마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는지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3.77이던 평균자책점(1위)은 올해 3.50으로 더 낮아졌다. 투고타저 영향이 있다고는 해도 승패마진 마이너스 7(6월1일)에서 3개월 만에 플러스 14로 전환한 것을 보면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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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 감독이 엄상백과 얽힌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시속 150㎞를 가볍게 웃도는 엄상백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선발로 다시 나선 7월27일부터 8월25일까지 다섯 차례 등판(8월3일 구원등판 제외)에서 단 1승을 따내는데 그쳤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버금가는 투구로 역투했지만, 의외의 한 방을 내주고 흐름을 꼬이게 하는 빈도가 높았다.
엄상백이 체인지업 투수로 변화를 꾀한 것이 이 감독이 짚은 요인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여도 변화구를 30~40% 정도는 배합해야 타이밍 싸움을 할 수 있다. 힘 빼고 던지는 변화구 커맨드가 좋으면 체력안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KT에는 ‘체인지업 달인’ 고영표가 마운드를 굳건히 버티고 있으니, 그의 투구 패턴을 참고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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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지난번(25일) 등판(SSG전)에서도 체인지업을 던지다 홈런 두 방을 맞았다. 후반에 역전해 경기는 이겼지만, 속에서 불이 나더라”며 웃었다. 그래서 엄상백을 불러 “너 속구 투수야 체인지업 투수야?”라고 묻기까지 했다. 힘있는 속구로 2스트라이크를 잘 잡아놓고 체인지업을 던지다 홈런을 내주면, 모두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속구만 던져”라고 눈을 흘기면서도 “올해 (엄)상백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소금 같은 역할을 한 강속구 잠수함을 칭찬했다. 투수들이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