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페르난데스, 2회 우중간 안타
두산 페르난데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역대급’도 아니고, 그냥 ‘역대 1위’다. 심지어 전인미답의 신기록까지 썼다. 안 좋은 쪽이라서 문제다. 항목이 병살타다. 두산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가 주인공이다. 김태형(55) 감독이 원인을 짚었다. 신체 스피드다.

KBO리그 4년차인 페르난데스는 올해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을 내고 있다. 5일 기준으로 113경기, 타율 0.298, 6홈런 64타점, OPS 0.727에 그치고 있다. 장타율이 0.383에 머물고 있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지난해 0.443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심지어 출루율도 지난해 0.391에서 올해 0.344로 하락. OPS가 0.800이 안 되는 이유다.

더 나쁜 쪽은 병살타다. 30개를 찍었다. 기존 단일시즌 최다 병살타 역대 1위와 2위 기록도 페르난데스가 갖고 있다. 2020년 26개, 2021년 25개를 쳤다. 이것만으로도 불명예다. 올시즌에는 아예 앞자리 숫자를 바꿨다. 나쁜 의미로 ‘압도적’이다.

다른 지표들이라도 좋으면 상쇄가 되겠지만, 그마저도 아니다. 두 자릿수 홈런이 쉽지 않아 보이고, 타율도 3할이 무너졌다. 44삼진-32볼넷으로 비율은 좋다. 득점권 타율도 0.314로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호평이 어렵다.

공이 뜨지 않는다. 땅볼이 많고, 땅볼이 많으니 병살타도 많다. 김 감독은 “스피드가 떨어졌다. 몸도 불었다. 그렇다 보니 타격시 대응이 늦다. 타격 포인트를 두고 몸의 회전력으로 쳐야 하는데, 몸이 먼저 나가면서 배트를 대고 있다. 채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어 “몸이 앞으로 나가면 낮은 공도 자기 시야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쳐봐야 땅볼이 된다. 자신도 타이밍이 늦다는 것을 안다. 아니까 포인트를 다시 앞에다 둔다. 앞에 두려면 몸이 먼저 나가야 하고, 낮은 공을 자꾸 건드린다. 더블플레이 타구가 많은 이유다”고 설명했다.

수치가 말해준다. 땅볼/뜬공 비율이 지난해 0.99였다. 땅볼 170개에 뜬공 171개. 올해는 1.80이다. 땅볼 176개에 뜬공 98개다. 지난해보다 거의 30경기를 덜 뛴 상태인데 땅볼 개수는 더 많다. 그렇게 ‘병살 기계’가 됐다.

효자 외국인 타자라 했다. 홈런을 펑펑 치는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많은 안타와 2루타를 생산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꿈의 200안타에도 도전했다. 각각 197안타, 199안타를 쳤다. 해결사 능력도 출중했다.

올시즌은 아니다. 몸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모양새다. 만 34세가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으나 기량이 확 꺾이는 것이 아주 납득이 안 되는 나이도 아니다. 몸까지 불었기에 더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부진이다.

천하의 두산이라도 올해는 ‘기적’이 어려워보인다. 그만큼 하위권으로 처진 상태다. 페르난데스도 한몫을 했다. 이런 상황이면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 잔여 시즌 미친 맹타를 휘두르더라도, 떨어진 신체 스피드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최다 병살타’ 불명예 타이틀은 이미 페르난데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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