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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기회를 받지 못하고 2군에 있는 중선참 선수를 위해 만든 퓨처스리그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일 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퓨처스리그 FA를 대신해 2차 드래프트 부활이 유력하다. 그런데 2차 드래프트 또한 논란과 함께 폐지된 전적이 있다. 이전 2차 드래프트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중고참 선수들이 순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상된 실패였다. 지난겨울 퓨처스리그 FA 대상자 14명 중 신청자는 3명 뿐이었다. 대상자 14명 중 3분의 1 가량은 이미 방출 통보를 받았다. 신청자 3명 중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2명(NC 강동연, KT 전유수)에 불과했다.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한 두산 국해성은 미아로 전락했다.
선수에게 실익이 크지 않은 제도다. 명칭은 FA인데 연봉부터 제약이 크다. 직전시즌 연봉 이상 받을 수 없다. 연봉만 놓고보면 방출자보다 못하다. 지난해 NC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임창민과 김진성은 연봉 1억원 이상 계약을 체결하고 이적했다. 롯데에서 방출된 노경은도 SSG와 1억원 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퓨처스리그 FA 폐지와 2차 드래프트 재시행을 요구했다.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논의했고 재시행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다음 실행위에서 2차 드래프트 세부 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실행위 이후 이사회(사장회의)에서 재시행을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2차 드래프트가 사라진 이유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시행 초기 구단들은 저연차 유망주 지명에 심혈을 기울였다. 중선참을 외면하고, 보복하듯 서로 유망주 빼앗기에 급급했다. 육성 시설 등을 갖추는데 거액을 투자해 선수를 키우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자 2017년 11월부터 2년차까지 자동보호 대상으로 묶었다. 하지만 군보류 선수들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7년과 2019년 2차 드래프트에서도 20대 중후반 혹은 30대 선수보다 20대 초반 선수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메이저리그(MLB) 룰5 드래프트를 참고해 만든 2차 드래프트인데, 미국은 3, 4년차까지 자동보호 대상이 된다.
특정 구단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지명받은 것도 문제다. 2011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격년제로 총 다섯 차례 열렸는데, 극심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두산과 키움이 23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잃었고, LG와 SK(현 SSG)도 16명이 이적했다. 반면 한화는 이적 선수가 7명에 불과했다. 선수를 빼앗기는 구단이 특정된 게 2차 드래프트 폐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차 드래프트가 부활해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KBO 관계자는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세부규정이 필요하다. 이전 규정 그대로 2차 드래프트를 진행하면 다시 특정 구단 선수들이 집중 지명을 받을 것”이라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유망주가 많은) LG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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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는 순기능도 있다. 2차 드래프트 주인공이 된 이재학(NC)을 비롯해 김대유, 조현우, 금민철 등이 새 팀에서 기회를 얻고 도약했다. 관건은 규정 보완이다. 만 25세 혹은 27세 이상으로 연령대를 한정하고, 보호 명단 규모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팀당 유출인원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정말 필요한 선수를 지명해 1군 엔트리에 포함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