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울산 현대 이청용이 16일 강원FC 원정에서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뒤 서포터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기자] 울산 현대가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궂은일을 도맡았던 ‘캡틴’ 이청용(34)은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그는 16일 강원FC와 K리그1 37라운드 원정에서 팀의 2-1 역전승에 이바지,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시작부터 지금까지 1위를 지키며 우승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웃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이청용에게 주장을 맡기면서 팀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맞게 팀을 이끌어줬다. (우리 선수가) MVP를 받는다면 당연히 이청용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 말대로 이청용은 사령탑이 지향하는 ‘원팀’의 기본인 코치진과 선수 사이 가교 구실을 잘했을뿐더러, 빌드업 전술에도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원이었다. 자기가 경기에 뛰지 못해도 선수단과 동행하며 지근거리에서 정신적 지주 구실도 했다. 공격 포인트는 2골2도움으로 많지 않으나 그 이상의 가치를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리어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청용은 울산의 푸른 피가 흐르는 진정한 ‘블루드래곤’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청용은 “훌륭한 선수, 좋은 감독, 코치 밑에서 주장을 하게 돼 영광이다. MVP 등 개인 타이틀 욕심은 없다. 내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팀에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많다”고 웃었다. 그는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날 동점골 주인공 엄원상을 MVP로 추천했다. 그러자 엄원상은 “청용이 형이 받아야 한다. 팬이나 감독 등 밖에서 보시는 분이 인정할 정도로 MVP 활약이었다. 내가 본 주장 중 가장 많은 역할을 한 게 청용이 형”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청용은 2004년 FC서울에 입단해 10대 스타로 활약하다가 2010년대 볼턴(잉글랜드) 등에서 뛰며 한국 대표 유럽파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가 2020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복귀한 그는 첫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하더니 올해 주장 완장을 달고 꿈에 그리던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는 “매년 막바지 중요한 고비에서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상대가 전북이었는데 올해 전북을 (지난 8일)이기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1988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인 그는 이제 K리그 최고의 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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