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랴?\'  야구장 찾은 김연경[포토]
흥국생명 배구선수 김연경이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 3차전 경기를 찾아 후배들과 함께 관전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기자] KT와 키움의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이 열린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구장 내 상점 앞에 상인 두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고영표가 어제 무너져서 졌어”라고 A씨가 설명하자 B씨는 “그럼 오늘 꼭 이겨야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포스트시즌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던 A씨는 “소형준이 잘 던져줘야지”라고 말했다. 표정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대화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A와 B는 구장 내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들이다. 스스로를 ‘소상공인’으로 소개한 이들은 “장사 준비해야 한다”며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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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전 음식 준비에 한창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소상공인들. 수원 | 황혜정기자.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삼겹살 도시락을 판매하는 A씨는 포스트시즌에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를 다듬는다. 이날도 경기시작 6시간30분 전인 정오께 출근해 재료손질을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이지만 예상 관중 수에 따라 준비하는 재료 양이 다르다. 그래서 미리 티켓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예매율을 살피는 건 필수다.

A씨는 “티켓 현황을 미리 확인하고 물량을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PO 4차전에서 KT가 지면 올해 야구장 장사는 끝이다. 이기길 바라지만 지는 경우도 생각해 음식을 오늘분만 준비했다. 재고가 남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치킨을 파는 B씨는 “아무래도 KT가 계속 올라가서 LG도 만나고 SSG와도 경기하면 좋겠다. 그러면 장사를 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난다”며 “두 팀 모두 인기 구단이어서 기대가 된다. 그래서 오늘(20일) KT가 꼭 이겨야 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포스트시즌에는 매출액이 평소보다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기팀과 비인기팀 사이에 매출액이 30% 정도 차이난다”고 귀띔했다.

A씨는 “지난 13일 와일드카드 1차전은 인기팀인 KIA와 경기여서 매진이었다. 키움과 준PO와 비교하면 1.5배 정도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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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전 음식 준비에 한창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상인들. 수원 | 황혜정기자.

올해는 코로나 이후 관중 제한이 풀린 첫 해다. 통닭을 파는 C씨는 “코로나19 때보다는 매출이 늘었지만, 관중 제한이 풀린 영향보다는 원정팀에 따라 매출액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C씨는 “주중보다 주말에 매출이 더 많다. 인기팀이 원정오면 포스트시즌만큼 팔린다”고 했다. 매출액은 ‘영업비밀’이란다.

구장 상인들은 팬과 마찬가지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팬보다 감정의 변화가 더 클수도 있다. 생업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준PO 3차전을 찾은 배구황제 김연경이 사먹은 치킨집 상인은 “KT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가 더 번창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팬이 구장을 많이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상인들도, 선수들도, 구단도 함께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