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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정신 차려 서울’보다 ‘할 수 있다 서울’ 구호를 듣고 싶다.”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FC서울의 K리그1 잔류를 이끈 ‘캡틴’ 나상호는 이렇게 말하며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표류하던 서울이 기어코 K리그 1부 잔류에 또다시 성공했다. 서울은 지난 2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K리그1 최종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승점 46(11승13무14패)을 확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서울은 같은 날 수원 삼성(승점 44·10위)도 승점 3을 얻었지만 승점 2차이로 따돌리면서 승강 플레이오프 추락을 면했다.
나상호는 전반 25분 조영욱의 슛을 골키퍼가 쳐내자 재빠르게 달려들어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기세를 올린 서울은 수원FC의 반격을 제어한 뒤 후반 43분 조영욱의 도움을 받은 정한민의 쐐기포로 웃었다. 파이널라운드 이후 5경기 무승(2무3패) 부진에 빠졌던 서울은 6경기 만에 승수 쌓기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간절함과 투쟁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서울은 지난 16일 2부 강등을 확정한 최하위 성남FC와 안방 경기에서 0-1로 져 1부 잔류 확정 기회를 놓쳤다. 경기 직후 서포터즈 ‘수호신’ 등 서울 지지자는 안익수 감독의 전술은 물론 선수의 무기력한 경기 자세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안 감독은 물론 후반기 주장 완장을 단 나상호가 선수단 버스에서 내려 사과했다.
이날 경기력은 180도 달랐다. 안 감독은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를 투톱에 뒀고 나상호, 조영욱 등 국내 공격수를 총출동시켰다. 열매를 맺지 못한 무리한 빌드업 대신 강력한 전방 압박과 수세시 탄탄한 방어로 맞섰다. 선수들은 강한 응집력과 투혼으로 어우러졌다. 서울은 이례적으로 패스 수에서 수원FC에 425-508로 뒤졌다. 그러나 유효 슛은 6-0으로 앞섰다. ‘승리만이 유일한 의미’였던 이날 경기에서 빌드업에 집착하지 않고 얼마나 실리적으로 경기에 접근했는지 엿볼 수 있다. 반면 수원FC는 유효 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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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지표에서도 서울의 투혼이 느껴진다. 성남전에서는 볼 획득에서 35-51로 뒤지는 등 적극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날 공을 차단하는 ‘클리어’ 부문에서 무려 41-18로 크게 앞섰으며 공중볼 경합(28-26), 인터셉트(33-32)도 상대보다 많았다. 공격수인 조영욱이 볼 획득 9개로 팀 내 최다였을 정도로 전방부터 압박이 이뤄졌다. 팬 사이에서 ‘진작 이렇게 하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은 ‘1부 잔류 정신’으로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전을 겨냥한다. K리그1에서는 자존심을 구겼지만 FA컵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전북도 K리그1 6연패에 실패한 만큼 FA컵 우승 의지가 강하다. 어느 때보다 물러설 수 없는 양 팀의 사투가 예상된다. 서울과 전북의 FA컵 결승 1차전은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은 30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펼쳐진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