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한별, 양승혁(주장), 이상영 선수
U-2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활약한 김한별, 양승혁, 이상영(왼쪽부터). 제공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른바 베이징 키즈 효과가 드러난 대회였다. 마지막 우승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전 대회들과 달리 경쟁력을 자랑했다. 현재보다 밝은 미래를 예고한 23세 이하 한국 야구 대표팀이다.

한국은 지난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3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일본과 결승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9경기에서 7승 2패를 기록했다. 두 번의 패배가 모두 한일전이고 결승전에서 슈퍼라운드 패배를 갚지 못했으나 이전 대회들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냈다. 지난해 한국은 최종 성적 8위에 그쳤다. 올해는 최초로 결승 무대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뤘다.

지난해까지 마주했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이었다. 관심도 지원도 변변치 않았다. 엄연한 국제대회인데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계륵으로 비춰졌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특급 유망주를 출전시켰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다음 시즌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선수 선발을 비롯한 준비 과정부터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달랐다. 1군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음에도 어느정도 전력을 갖췄다. 상무 소속 이상영, 손성빈 외에 한승주, 김기중, 김규연(이상 한화), 노운현(키움), 성동현(LG), 이기순(SSG) 등이 마운드에서 듬직한 활약을 펼쳤다. 김한별(NC)은 유격수로서 내야진을 단단하게 지켰고 조세진, 윤동희, 한태양(이상 롯데), 양승혁(KT) 등도 타선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2017 신인 드래프트를 기점으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야구붐으로 야구를 시작한 베이징 키즈들이 프로에 입단했고 그 효과가 이번 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전에는 1군과는 거리가 있는 2군 선수들도 팀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당장 1군에 올라가지는 못해도 이르면 내년부터 1군에서 활약할 선수들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이상영, 손성빈, 김기중, 성동현, 조세진 등은 누가봐도 소속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상영은 최고 투수상, 김한별은 최고 수비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 경험이 주축 선수로 올라서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이상영부터 아직은 유치원에 다녔을 조세진까지 새로운 황금세대들이 한국야구의 또다른 황금기를 예고했다.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상대가 낯선 외국인선수라면 더 좋은 훈련이 된다. 팬들에게도 이번 대회는 보다 다양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구단 입장에서도 U-23 대회를 멀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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