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1)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납득하기 힘든 연속 결방에 2부 축소 편성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의 여정이 지난 11일 마무리됐다.

작품에 참여한 이들에게 못내 아쉬운 결과지만, 이러한 잡음은 인기작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천원짜리 변호사’는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했다.

배우 김지은은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법조계 로열패밀리 출신이자 사법연수원 마지막 기수 검사시보인 백마리 역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반응이 이렇게 좋았던 적은 처음이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이모들이 처음 사인을 요청해서 몇십 장을 보냈다”며 항간의 소문보다 긍정적인 변화에 초점을 뒀다.

김지은은 지난해 ‘검은태양’에 이어 또 한번 남궁민(천지훈 역)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남궁민과 두 번째 작품이라서 느끼는 부담보다 전작과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 배울 점이 많은 선배와의 조우가 주는 설렘이 더 컸다고 했다.

“대본을 보고 마리라는 친구가 더 하고 싶어졌다. ‘멋진 여성이잖아?’ 했다. 그래서 덜 걱정했다. 전작과는 너무 다르더라. 오히려 (남궁민과)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좋은 티키타카가 나온 것 같다. 선배님이 부족한 부분을 잘 짚어내 주신다. 당장 내 신보다는 전체 흐름을 보는 것을 배운 것 같다.”

극 중 백마리와 천지훈의 러브라인은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백마리가 천지훈에게 호감을 느끼는 듯한 대목은 몇몇 있었지만, 그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김지은은 ‘그래서 백마리는 천지훈을 사랑하는 거냐’는 질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2~30%는 있겠지만 나머지는 존경하는 마음이다. 변호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사랑보다는 존경이다. 두 인물이 사랑하게 됐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겠지만 아쉽진 않았다. 저희 이야기의 흐름에는 이 정도가 알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뒷심이 부족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백마리와 천지훈의 감정선을 차치하더라도, 마지막 회만을 남기고 천지훈이 갑자기 1년간 백마리와 사무장(박진우 분)을 떠난 이유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초 14부로 계획됐던 드라마가 급히 12부작이 되면서 얼개가 엉성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러한 반응에 김지은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14부작이 12부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가 보다. 일이 있나 보다’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결말은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다른 방향으로 갔으면 또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드라마를 잘 살린 결말 같다. 뒷부분을 볼수록 ‘그래서 사라졌구나’ 하며 납득이 갔다. 천지훈이 복수심에 불탔다가 1년간 사라진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는 시청자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천지훈은 천원의 진짜 의미를 찾아야 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2016년 이름도 없는 배역으로 데뷔해 갓 주연으로서 입지를 다진 김지은에게 ‘천원짜리 변호사’는 더없이 유의미한 작품이다. 단순히 사랑을 받아서가 아니다. 자신감을 되찾던 중에 만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검은 태양’ 때 바보같이 ‘오디션 합격했으니까 이제 진짜 잘해야지’ 하면서 잔뜩 힘을 주고 연기했다. 뻣뻣하고 경직됐다. 그래서 ‘어게인 마이 라이프’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또 이상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까 ‘뭐야, 재밌잖아’ 싶더라. 그렇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을 때 ‘천원짜리 변호사’가 들어왔다. 이 시점에 이 친구(백마리)를 만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김지은(1)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