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용진 구단주 \'밝게 빛나는 트로피와 함께\'
SSG 정용진 구단주(왼쪽)와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 시상식에서 한유섬의 우승 소감을 듣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되게 급했던 모양이다. ‘세상에 없던 구단주’로 추앙받다가 전방위 비난에 직면하자 발빠르게 대응했다. 내놓은 답변은 허술했지만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마케팅 정석을 따를만큼 급박해 보였다. 비선실세 논란에 빠진 SSG 얘기다.

민경삼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은 의혹에 관한 변명에 집중했다. ‘12일 류선규 단장이 사의를 표했고, 조직 안정을 위해 빠르게 후임을 선임했다. 김성용 신임단장 선임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결정으로 선임된,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의견수렴을 거쳐 미래를 위한 적임자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결을 거쳤으므로 비선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포토] SK 최정-김광현, 우리가 챔피언이야~
SK시절인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당시 주역이던 최정과 김광현은 여전히 인천을 지키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위계와 자율이 공존하는 야구단 특성상 비정상적인 운영으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항변한 SSG는 ‘짧은 시간에 인수와 창단을 했으니 야구 원로와 관련 종사자 등에게 자문받아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이 설명이 아닌 변명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SSG가 인수한 SK는 꾸준한 강팀이었다. 10개구단 체제로 전환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2018년에는 업셋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냈고, 2019년에도 정규시즌을 승차없는 2위로 마쳤다. SK시절부터 몸담은 프런트를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민 대표이사와 류 전 단장은 와이번스 창단 초기부터 팀 빌드업에 직접 참여한 인사들이다.

이재원과 환호하는 김광현[포토]
SSG 좌완 김광현이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수비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으며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프런트는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이고, 주요 팀장들은 구단 운영 노하우를 충분히 쌓은 인사로 채워졌다. ‘구단’으로 뭉뚱그렸지만, 각계 종사자들에게서 조언을 받은 쪽은 적어도 프런트는 아니라는 뜻이다. 야구단 경영 경험이 없는 신세계그룹쪽이 자문받은 것으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극소수 핵심 관계자들이 철통비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이른바 호위대를 거치지 않고 개별접촉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룹 내에 파다하다.

구단 핵심 관계자는 “류 전 단장이 SK와 SSG의 다른 조직문화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귀띔했다. 야구단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프런트에 문외한인 그룹 관계자가 감 놓아라 배 놓아라하니 갈등이 폭발했을 수도 있다. 그 관계자가 자문이라면,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들고 환호하는 SSG 한유섬과...[포토]
SSG 한유섬, 구단주 정용진, 김원형 감독, 민경삼 대표이사가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트로피를 들고 선수단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SSG는 신임단장을 기습발표하는 것으로 이슈를 덮으려다 역풍이 커지자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해 봉합의지를 드러냈다. 직함이 주는 무게감 덕에 여론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고 외국인선수 교체 등으로 건강한 긴장감까지 심어뒀으니, 랜더스는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성적을 내면, 신임 단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룹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승차없는 정규시즌 2위로 왕조재건 기대감을 높였던 SK가 2020년 9위로 추락한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 팀을 궤도에 올리는 것은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하나의 목표를 향했을 때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반면 팀이 무너지는 건 미세한 틈 하나가 생겼을 때다. 그룹 경영진의 비정상적인 개입은 늘 암흑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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