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485
울산 현대 홍명보(왼쪽) 감독과 박주영.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g18903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7)이 ‘K리그 챔프’ 울산 현대와 동행을 지속, 플레잉코치로 변신이 임박했다.

박주영 측 복수 관계자는 22일 본지를 통해 “진로를 두고 고민 중인 박주영이 은사인 홍명보 감독의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다. 내년 1월3일 선수단 소집에 맞춰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 개인방송 채널과 함께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도하 현지로 날아가 후배 태극전사를 응원한 박주영은 현재 가족이 있는 미국에 있다.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울산에 잔류, 홍 감독 밑에 플레잉코치로 남아 선수 생활의 마무리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을 의향을 측근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박주영이 울산 구단과 정식으로 새 계약서에 사인한 건 아니지만,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d43665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영의 플레잉코치 변신은 홍 감독은 물론 울산 구단 모두가 바랐다. 그는 올해 울산이 17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조력자 구실을 했다. ‘축구천재’ 수식어를 달고 지난 2005년 FC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09~2014년 유럽 무대를 누빈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K리그에서 ‘서울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수 황혼기에 접어들고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새 둥지를 찾았다. 과거 대표팀 시절 사제 연을 맺은 홍 감독이 손을 내밀면서 올해 전격적으로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리그에 나선 건 단 6경기였고 득점도 없었다. 지난 4월 광저우FC(중국)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3-0 승)에서만 골 맛을 봤다. 그러나 대표팀 시절 홍 감독 아래서 올림픽, 월드컵 등을 경험한 그는 누구보다 수장의 지도 철학을 잘 이해하는 베테랑이다. 경기에 많이 뛰진 못했지만 팀 내에서 코치 못지않은 역할을 했다. 리그 우승을 갈망한 선수단의 선참이자 정신적 지주로 거듭나면서 훈련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를 솔선수범 챙기면서 그라운드 밖에서 팀의 중심을 잡기도 했다. 스타가 즐비한 울산이 별다른 잡음없이 ‘원 팀’이 돼 우승 대업을 이루는 데 소금 같은 구실을 한 것이다.

박주영
울산 현대 박주영이 지난 10월2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홈경기 직후 우승 뒤풀이를 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 감독은 울산과 1년 계약이 끝나는 박주영에게 이르게 플레잉코치 직을 제안했다. 다만 박주영은 지난 10월23일 제주와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현역 생활 연장과 지도자 변신 두 가지 길을 두고 고민할 뜻을 보였다. 그는 “공 차는 게 좋으면 더 하는 것이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야 한다. 오늘까지는 (공 차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박주영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며 선수단에 합류시킬 구단은 많지 않다. 또 박주영도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스스로 그리는 ‘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 ‘자신을 잘 아는 홍 감독의 울산’만한 팀이 없다. 결과적으로 ‘윈·윈’인 셈이다. 그는 올해 플레잉코치직을 수행하고 서울이랜드 코치로 부임한 이호처럼 울산에서 현역 마침표와 더불어 지도자 변신의 디딤돌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산은 제주 골잡이 주민규 영입도 마무리 단계다. 그는 김도훈 감독이 지휘한 지난 2019년 울산에 합류한 적이 있으나 그해 5골(28경기)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제주로 떠나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22골)에 오르면서 반전했고, 올해도 17골로 득점 2위를 차지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