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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천재’의 굴욕이다. 연봉 절반가량이 날아갔다. ‘에브리데이 플레이어’는 부상 예방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법하다.
KT가 산통 끝에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떠난 29일 연봉 계약 완료를 발표할 만큼 치열했다.
발표 전까지 미계약자로 남았던 강백호(24)의 연봉이 관심사였다. 강백호는 지난해 연봉 5억원에서 47.3% 깎인 2억9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적지 않은 연봉이지만,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꽤 큰폭이다. 2018년 신인2차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지 5년 만에 첫 삭감 수모를 당했다.
부상에 발목을 잡혀 시즌 끝까지 재기하지 못했다. 개막 직전 발가락 골절을 시작으로 크고작은 부상에 신음해 62경기 출장에 그쳤다. 홈런은 6개밖에 때려내지 못했고, 29타점 타율 0.245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5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 달성에 실패했고, 4연속시즌 3할타율에도 실패했다. 타점은 2021년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도 있었지만, 부상 이후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강백호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병행한다. 외야수비도 가능하지만, 타격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20대 초반인 젊은 타자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박병호와 함께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정규시즌 절반 이상 경기에서 빠졌다. 연봉 절반가량이 날아가도 할 말 없는 시즌을 치렀다.
지난해 죽을 쒔지만, 강백호의 통산 타율은 0.317이다. 건강하다면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다.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이강철 감독의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연봉 삭감은 아쉽지만, 재기하면 잃었던 것 이상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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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KT는 성과 보상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승2패 평균자책점 2.95로 승률왕(0.846)에 오른 엄상백은 150% 인상한 2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연봉이 8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인상이다.
불펜 필승조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민수도 117.4%나 올랐다. 지난해 1억5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1억3500만원 인상은 팀 내 최고 인상액이다.
야수진에서도 외야수 김민혁이 지난해 9000만원에서 66.7% 인상한 1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어 생애 첫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궂은일을 도맡은 김준태(1억원) 오윤석(1억2000만원)도 억대 연봉자가 됐다. 주연이 아니어도 팀에 공헌한다면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구단 기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외야수 배정대(3억4000만원) 조용호(3억2000만원)도 같은 이유로 8000만원 인상한 금액에 계약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