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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연애 예능이 전성기를 지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변주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들 중에서는 tvN ‘스킵’, ENA ‘명동사랑방’이 대표적이다.
‘스킵’은 4:4 당일 소개팅을 콘셉트로 삼은 프로그램이다. 슬로건은 “퀵하고 쿨하게! 하트 or 스킵, 용건만 간단히!”다. ‘명동사랑방’은 1박 2일간 숨 가쁘게 펼쳐지는 올드스쿨 단체 미팅을 표방한다.
두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타 연애 예능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근 연애 예능 붐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티빙 ‘환승연애’, 시즌3 제작까지 확정된 넷플릭스 ‘솔로지옥’, 기수마다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ENA·SBS플러스 ‘나는 SOLO’ 등에서 참가자들이 며칠간 동거하며 감정이 심화되는 과정을 보여준 것과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이 같은 차이는 한결 가벼운 목적에서 비롯된다. 전 연인을 잊고 새롭게 출발한다거나, 선남선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된다거나, 혹은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한다거나, ‘스킵’과 ‘명동사랑방’은 인생을 바꿀 만큼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출연진이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게끔 만든다. 깊은 관계 발전은 차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스킵’을 연출하고 있는 정철민 PD는 “연애나 결혼을 종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끌리는 상대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가는 건 녹화 이후 개별적으로 카메라 없이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명동사랑방’ 제작진은 “20대 초반의 풋풋하고 솔직한 사랑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감정에 몰입하는 부분이 다소 진지하고 예쁘게 그려지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는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들이 일회성 남녀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이 단기간에 가까워지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스킵’에서는 ‘이 방의 주인은 누구’ 코너가, ‘명동사랑방’에서는 ‘장기자랑 매력어필’ 시간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자는 방을 통해 주인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감정 변화를 겪는다는 점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후자에서는 저마다의 개인기로 반전 매력을 뽐내며 소개팅 상대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사로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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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명동사랑방’ MC의 쓰임도 주목할 만하다. MC들이 관찰자로서 출연진의 연애를 톺아보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데에 그치는 여느 연애 리얼리티들과는 사뭇 다르다. 두 프로그램의 MC진은 참가자들과 거리를 좁혀 분위기를 띄우고, 이들의 연애에 개입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인 편이다. MC들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이들의 진정성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가 증감될 수밖에 없다.
‘스킵’의 정철민 PD는 “MC들(유재석, 넉살, 전소민) 모두 미팅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싸(인사이더)’ 주선자처럼 여러 스타일의 출연자들이 빨리 적응하게끔 해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MC들이 출연자들의 감정선에 푹 빠져서 녹화에 임했다. 특히 전소민 씨는 출연자들의 연애 근황을 몇 주가 지나도 궁금해했다. 전소민 씨랑 한 출연자의 식당에 다녀오기도 했다”며 MC들의 진심을 짐작게 하는 일화도 전했다.
‘명동사랑방’ 커플매니저 서장훈, 채정안, 박하선, 양세찬의 활약 역시 기대 이상이라는 전언이다. 제작진은 “카메라가 많은 낯선 환경에서 출연자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4명의 MC 모두 각자만의 스킬로 어린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본연의 모습이 나오도록 유도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시청률과 화제성이다. ‘스킵’은 줄곧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명동사랑방’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을 성적으로만 평가하기에는 높이 살 만한 지점이 있다. 자극적인 편집을 배제하고 출연자의 면면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착한 연애 예능’이라는 것이다. 비록 연애 예능의 판도를 바꾸지 못한 분위기지만, 유의미한 시도임은 틀림없다.
한편 ‘스킵’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40분, ‘명동사랑방’은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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