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이성수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이성수 SM 공동대표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 측이 첫 법정 공방에서 맞섰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와 SM이 재판에서 격돌하는 기이한 풍경이다.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 심리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 기일이 열렸다. 이 전 총괄과 현 경영진은 침석하지 않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지분 9.05%를 확보,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1119억원에 인수하고 114만주의 전환사채를 1052억원에 발행하는 방식으로 2대 주주가 됐다.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은 카카오의 결정 바로 다음 날인 8일 이뤄졌다.

신주 발행의 정당성을 놓고 이 전 총괄 측은 “대주주(이수만)의 지위 박탈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SM 측은 “건강한 경영을 위한 절실한 판단”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펼치며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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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이 전 총괄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유승룡 변호사는 이번 SM의 신주 발행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현 경영진이) 신주 발행이 아닌 다른 수단을 검토해본 적 있는지 명확히 따져야 한다. (신주, 전환사채 발행) 목적의 정당성 뿐만 아니라 수단의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괄 측은 상법 제418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신주 발행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제시하며 증자 목적이 ‘전략적 제휴’가 아니며, 현재 상황이 ‘경영권 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전 총괄의 과거 경영실책을 부각시켜 마치 선과 악의 대립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유 변호사는 “이 전 총괄이 ‘나쁜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워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SM은 이 전 총괄의 대주주로서의 채권자 지위를 임의적으로 박탈하기 위해 신주,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SM 지분 9.05%를 카카오에서 인수한 것을 두고도 “카카오는 과거에도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전환사채 발행으로 회사 경영권 확보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SM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 정다주 변호사는 카카오의 제3자 신주 발행이 “순수한 사업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신주·전환사채 발행이 경영권 분쟁 목적이 아님을 강조하며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가 사업상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표명했다. 현 경영진은 ‘SM 3.0’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자금이 필요했다며 고질적이었던 IP 생산, 지배구조 등의 개편을 위한 자금 유치라는 논리다.

이 전 총괄이 비정상적인 1인 프로듀싱 체재를 통해 오랫동안 부당하게 이익을 취득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SM은 시장 내 지위가 2, 3위로 하락했다. (경쟁사들은) 모두 플랫폼 업체와 제휴해 앞서 나가고 있는데 뒤쳐지고 있다. 따라서 제3자인 카카오의 신주 발행을 통한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YG는 네이버에서 1000억원을, 하이브는 두나무에서 7000억원을 투자 받았다는 것을 예로 들며 카카오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SM 로고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CI

정 변호사는 “자금 조달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비정상적 1인 프로듀싱으로 생산력이 뒤쳐져 경쟁사의 영업이익이 10배 성장하는 동안 SM은 제자리”라며 “경쟁사들처럼 제작 센터와 레이블을 여러 개 설립하려면 최소 5000억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자신하고 있다. 자본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하이브, YG와 협력 중이기 때문에 카카오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신주 취득을 결정할 당시에는 경영권 인수 의향이 없었다는 점을 내비치며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지금의 떠들썩한 상황은 채권자(이수만) 측에서 SM의 경쟁사인 하이브에 주식매매를 하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현 경영진은 3월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고 연임하지 않을 의사까지 밝혔다. 보유 주식도 0.33%로 경영권 분쟁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SM의 ‘백기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가 한 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전 총괄은 막연한 의심과 여러 추측성 발언, 언론 플레이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 근거가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SM의 제3자 신주발행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절실한 선택이자 과거 사업 구조를 개선하려는 건강한 경영 판단”이라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또 이러한 가처분 신청을 경영권 분쟁으로 봉쇄한다면 건전한 기업 경영이 불가능하다고도 호소했다.

추가 변론에서 이 전 총괄 측은 “채권자의 과거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 채무자(SM)가 채권자에 대한 흠집내기에 공을 들이는 것 자체가 위법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건 현 경영진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를 배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며 경영권 분쟁을 시작,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분쟁을 촉발한 주체 역시 현 경영진이다”라고 제3자 가처분 신청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맞섰다.

업계에서는 가처분 결과가 카카오가 SM 신주 발행 대금을 지급하는 날인 3월 6일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이수만과 하이브’ 대 ‘SM 이사회와 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 1차전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카카오 측에서 지분 추가 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인용될 경우 하이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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