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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변우혁(왼쪽)과 김기훈이 26일 귀국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천국제공항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인천국제공항=김동영기자] “이렇게 비행기가 추락하는구나 싶더라.”

KIA가 험난한 귀국 일정을 소화했다.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는 LA에 눈보라가 휘날렸다. 무사히 착륙했을 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단다. 의외의 경험을 한 셈이다. 비행기 내에서 선수단이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 단, 아닌 선수도 있기는 했다.

KIA 선수단은 현지시간으로 24일 투손을 떠나 밤 10시경 LA 공항에 도착하고, 밤 11시30분에 인천행 비행기 탑승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말썽을 부렸다. LA 현지에 눈보라가 휘몰아쳤고, LA 공항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떨어진 온타리오 공항에 착륙했다.

LA에서 생생한 공포 체험을 했다. 변우혁은 “내가 공포영화를 잘 보는 편인데, 비교가 되지 않았다. 소리를 너무 많이 질렀다. 날개 쪽에 앉았는데, 창밖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게 다 보이더라. 생각보다 너무 무서웠다. 살면서 가장 극도의 공포를 느낀 것 같다. 착륙 후에는 승객들이 박수까지 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LA 공항에 착륙 자체를 하지 못했다. 두 차례나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실패. 지체 흔들림도 심한데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니 KIA 선수단을 비롯한 승객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변우혁은 “40분 동안 빙빙 돌다가 결국 다른 공항으로 향했다. ‘진짜 비행기가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첫 번째 시도 때는 비행기가 앞으로 고꾸라져서 추락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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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종국 감독이 26일 귀국한 후 취재진을 만났다. 인천국제공항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김기훈 또한 “날씨가 너무 안 좋더라. 깜짝 놀랐다. 비행기가 상하로, 좌우로 계속 흔들렸다. 무서웠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도 무사히 한국에 돌아왔다. 다행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종국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풍으로 착륙을 못했다. 40분 이상 지연이 됐는데, 그래서 제 시간에 비행을 하지 못했다. 흔들리기는 많이 흔들리더라. 내가 비행기를 타본 것 중에 제일 많이 흔들린 것 같다. 활주로 내린 후에는 뒤에서 박수도 터졌다. 다들 겁을 먹지 않았겠나. 나도 긴장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승무원들 덕분에 안도할 수 있었다. 침착하게, 별일 없는 것처럼 계시더라. ‘이런 경험이 많은 가보다’ 했다. 승객 입장에서는 위안이 됐다. 이것도 다 액땜 아니겠나”며 웃었다.

비행 차질로 인해 스프링캠프 일정도 꼬였다. 현지시간으로 24일 출발했어야 했는데, 하루 뒤에 다른 비행기를 탔다. 이마저도 지연됐다. 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30분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오후 8시30분경 활주로에 내렸다. 3시간 지연.

홈으로 달리는 김도영
KIA 김도영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1회말 팀의 적시타 때 홈으로 달리고 있다. 사진 | 애리조나=연합뉴스

이미 오키나와에 도착했어야 했다. 그러나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27일 코칭스태프와 투수조, 야수 일부가 넘어가고, 나머지는 28일 일본으로 향한다. 귀중한 시간을 까먹게 됐다. 28일 한화와 연습경기도 진행이 어렵게 됐다. 정상 훈련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김 감독은 “하루 정도 차질이 됐다고 봐야 한다. 한화전은 어려울 것 같다. 그 외에는 계획대로 한다. 장시간 비행을 하다 보면 시차 적응 문제도 있고,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다”며 “괜찮을 것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 더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잘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모두 두려움에 떨었는데 아닌 선수도 있기는 했다. 대표적으로 김도영이다. 무시무시한 ‘강심장’을 자랑했다. 변우혁은 “나와 (김)석환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김)도영이가 ‘이거 동영상 찍어야겠다’며 폰을 들이댔다. 창문 밖도 찍고 그랬다. 진짜다”고 말했다.

김도영을 두고 ‘천재’라 한다. 만만치 않은 1년차를 보냈으나 기량은 충분히 좋다. 올해가 기대되는 모습. 담대함이 돋보인다. 누구는 걱정이 태산인데, 그 모습을 영상에 담겠다고 나섰다. 여러 의미로 무시무시한 20살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