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11년 전에도 그랬다. 구단은 선수의 말을 믿었다. 당시 KBO리그를 덮친 초유의 불법 도박과 관련된 경기조작 사태를 두고 선수의 주장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수의 주장은 검찰 수사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LG 구단이 11년 전 박현준 사태와 흡사한 실수를 범했다.

LG는 14일 외야수 이천웅(35)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접수된 불법 도박 혐의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 접수 당시 이천웅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최근 진행된 구단 자체 조사 후 면담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6일 LG는 KBO의 검찰수사 의뢰에 따라 이천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는데 그 때도 이천웅은 자신과 무관한 일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G 구단 관계자는 “이천웅 선수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그 지인이 불법 도박을 했다고 한다. 돈을 빌려줬을 당시에는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 전혀 몰랐다는 게 이천웅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선수가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선수의 말을 믿는 게 맞을 수 있으나 KBO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시즌 중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 2월에도 비슷했다. 2011시즌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박현준이 경기조작을 통한 불법 도박에 가담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LG는 박현준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했다. 박현준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고 동료들과 훈련도 했다.

하지만 LG 구단은 캠프 기간 검찰 수사가 확정되고 박현준이 소환통보를 받고 나서야 박현준을 캠프에서 제외시켰다. 검잘 수사 결과 박현준은 경기조작을 통한 불법 도박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KBO는 초유의 승부조작을 벌인 박현준을 영구제명했다.

다시 시점을 최근으로 돌리면, LG 구단이 클린베이스볼센터로부터 이천웅의 혐의를 확인한 것은 4월 1일 개막전 이전이었다. 박현준 사건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면, 선수 주장에 무게를 두기에 앞서 이천웅을 미리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게 합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구단은 11년 전처럼 선수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믿었다. 이천웅은 올시즌 4경기를 소화했다. KBO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면, 혐의가 인정되기 전까지 이천웅은 엔트리에 남아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LG 구단은 14일 김인석 대표이사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향후 검찰조사와 KBO의 후속조치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 징계는 ‘1개월 이상의 참가활동정지나 3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으로 명시됐다. 덧붙여 ‘음주운전, 마약, 도박, 성폭력 등의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가중하여 제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천웅은 처음 클린베이스볼센터 제보를 강하게 부인했다. 제보 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혐의를 인정한 만큼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불법도박 혹은 음주운전을 일으킨 선수들도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혐의를 인정했고 구단은 이들을 임의탈퇴시킨 바 있다. KBO 징계위원회 결정이 먼저지만 지난달 23일 롯데 구단은 미성년자 상대 범법행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서준원을 KBO 징계에 앞서 방출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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