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장지훈통신원.김용일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토트넘과 본머스의 경기가 열린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며 토트넘(1994~1995.1998)에서도 뛴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장내 아나운서로부터 ‘(리빙)레전드’로 소개받으며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토트넘 팬은 아낌 없는 박수로 환영했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태극전사를 점검하기 위해 현지로 날아간 그는 가장 먼저 ‘캡틴’ 손흥민이 뛰는 친정팀 토트넘을 찾았다. 경기 전 손흥민과 격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 그는 토트넘 관계자와 모처럼 마주해 환하게 웃었다.
보란듯이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 앞에서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반 페리시치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중앙으로 내준 공을 재치 있게 달려들어 왼발 슛으로 연결해 본머스 골문을 갈랐다. 지난 브라이턴과 30라운드에서 EPL 통산 100호 골을 터뜨린 그는 2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8호 골을 달성했다. 또 토트넘 공식전 통산 143골째를 기록하면서 저메인 데포와 구단 역대 최다 득점 공동 6위에 자리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어깨가 으쓱했다. 하프타임 때 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한국의 감독이 돼서 기쁘다. 또 쏘니(손흥민)를 지도하게 돼서 너무나 좋다”며 “한국 팬의 기대가 큰데 (2026 북중미)월드컵을 잘 준비하겠다. 또 내년 아시안컵이 있는데 역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내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이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의 나라, ‘A대표팀 수장’으로 돌아온 만큼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마냥 웃을 수 없는 날이었다. 연속골을 포함해 눈에 띄게 경기력이 올라온 모습이었지만 팀은 강등권 추락을 걱정한 본머스에 2-3 충격패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수비진에서 연달아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전반 38분 마티아스 비냐에게 동점골, 후반 7분 도미닉 솔란케에게 역전골을 각각 허용했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후반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을 바꾸고 공격수를 줄지어 투입, 후반 43분 ‘교체 카드’ 아르나우트 단주마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후반 추가 시간 상대 역습에서 당고 오와타라에게 오른발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졌다. 올 시즌 유일하게 남은 목표인 EPL 4위 진입(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에 애쓰는 토트넘은 승점 53(16승5무10패.5위)으로 제자리걸음 했다. 1경기 덜 치른 3위 뉴캐슬, 2경기 덜 치른 4위 맨유(이상 승점 56)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토트넘에 남은 경기는 7경기. 다음 경기는 오는 23일 뉴캐슬 원정이다. 4위 진입을 두고 ‘단두대 매치’를 벌이게 됐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은 “(경기 전) 클린스만 감독께서 ‘재미있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오셔서 좋은 기운을 주셔서 내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승리하는 것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2-2에서 승리를 위해 리스크를 둔 게 패배로 이어진 것 같다. 지금은 개인기록보다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을 줄지 고민한다. 몇 주 남지 않았지만 지닌 에너지를 다 쏟아내서 최고 높은 위치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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