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IA 김선빈(34)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 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김선빈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키움과 원정경기에서 1회말 수비도중 발목 통증을 느껴 벤치로 물러났다. 고질적인 부상 탓에 한동안 수비에 나서지 못하다 복귀한날, 첫 이닝부터 통증이 재발해 부상 악령이 엄습하는 듯했다. 그러나 병원 검진에서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아 한시름 놓았다. 심리적 두려움을 극복하면, 경기 출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종아리가 불편한 나성범과 발목을 다친 김도영이 빠진 KIA는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체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하니 공수에서 맥이 탁탁 끊긴다. 부상자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매경기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부상자로 정상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는 팀은 KIA뿐만이 아니다. 개막한지 3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부상자 속출이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아 개점휴업 중이고, 외야수 김인태는 어깨 탈구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LG도 마무리 고우석이 복귀하지만 유격수 오지환은 허리통증 여파로 재활 중이다. 가장 뜨거워야할 개막 초반이 신음으로 가득차있다.

부상자 발생이 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KBO리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 육성 기치를 크게 들어올렸다. 제왕적 권한을 갖던 감독 입지를 강제로 줄이면서까지 이른바 ‘프런트 주도 성장’에 열을 올렸다. 성공한 팀도 있고, 여전히 안갯속을 해매는 팀도 있다.

성공한 팀은 자체 육성보다는 색깔있는 스카우트로 뚜렷한 장점을 가진 선수를 긁어모은 ‘눈’이 돋보였다. 장점이 뚜렷한 선수는 이 장점을 극대화해 자기 색깔화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발빠른 타자에게 굳이 장타를 기대하지 않는 게 이런 맥락이다. 대체로 팀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수립한 팀이 방향에 부합하는 신인을 지명해 성장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시즌은 치러야하니 1~2년 성적을 포기하거나, 큰돈을 들여 스토브리그 강자로 군림하며 경기력을 유지할 ‘자본’이 뒷받침돼 가능한 일이었다.

안개에 갇혀 방향을 잃은 팀은 지향점 없이 표류하길 반복했다.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세워두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바라봤다. 훈련이나 평가전 성과에 도취해 마치 완성형으로 올라섰다는 착각도 방향을 잃은 팀이 반복적으로 범하는 오류다. 이때마다 “저변이 없어 빼어난 신인을 찾기 어렵다”는 핑계만대고 있다. 지역 학생야구를 활성화할 생각은 하지않고 ‘수도권 쏠림현상’을 핑계삼아 드래프트 제도도 바꿔버렸다.

육성을 주도하는 인물이 육성을 당해본적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육성 노하우는 체득하는 것인데, 시키는 사람의 눈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눈이 다르니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성장한적 없는 지도자가 육성을 논하는 시스템도 난센스다. 리그 전체에 시스템이 없으니, 허울뿐인 육성만 난무하는 꼴이다. zzang@sportsseoul.com